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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9.10 18:09 수정 : 2018.09.10 19:05

안문석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일전에 북한을 다녀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트럼프 1기 내 비핵화’ 의지를 밝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언명을 중시했다. 물론 중요하다. 시한을 정하는 것은 진정성을 보다 명료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에게 더 실감나게 다가온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특사단에 했다는 “국제사회 일부의 의문 제기가 답답하다”는 말이다. 비핵화 의지를 반복적으로 표명했지만, 미국은 여전히 의심하고 있으니 갑갑하다는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은 작년 말부터 비핵화와 관련한 여러 조처를 차례로 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고 있다. 올해 4월에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시험발사 중지를 공식 결정했고,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실현 의지를 표명했다. 5월에는 함북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했다. 6월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다. 7월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일부 해체했고 한국전쟁 미군 전사자 유해 55구를 송환했다. 이제 다시 남북정상회담을 열어 비핵화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그동안 미국의 이렇다 할 조치는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 하나였다. 그러고는 미국은 비핵화의 실질조치만을 강조한다. 핵시설 리스트 신고를 촉구해왔으며, 6~8개월 내 핵무기의 60~70%를 미국이나 제3국으로 반출하라고 요구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김정은 위원장은 답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지금까지 세계 정치에서 핵문제 해결의 양태는 핵을 보유하려는 나라들에 대해 미국이 협상, 보상하는 것이었다. 우크라이나, 리비아 등이 모두 그랬다. 북핵문제의 경우도 북한은 안보전략적 필요에 의해 핵을 개발했고, 이를 없애려는 것은 미국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완전성을 보전하고, 핵 우위에 기반을 둔 세계전략을 추진하려는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 핵이 큰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미국이 뭔가를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내놓는 것이 별로 없다.

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종전선언이다. 하지만 미국은 선뜻 주지 못하고 있다. 종전선언은 평화협정, 평화체제로 가는 길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더 이상 미국의 적으로 남아 있기 어렵게 된다. ‘적대국 북한’의 상실은 미국에 새로운 동북아 전략을 요구한다. 북한을 핑계 삼아 중국을 견제해왔던 전략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위협을 전제로 했던 한-미 동맹, 미-일 동맹의 변화와 조정도 피할 수 없는 길이다. 그래서 미국은 망설이고 주저한다.

우선 미국이 내놓을 수 있는 것은 경제제재 축소다. 미국 자체의 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제하는 것은 종전선언보다는 무게가 덜 나가는 것이다. 미국도 이 정도는 내놓아야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내용상으로 남북정상회담보다는 이후 한-미 정상회담이 훨씬 중요해졌다. 북한은 단계적으로 비핵화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경제제재 해제와 종전선언을 단계적으로 하도록 하는 것이 북핵문제 해결의 중핵이 된 것이다.

‘핵프로그램 리스트 신고-경제제재 1단계 해제’ ‘핵시설 봉인-2단계 제재 해제’ 이런 식의 주고받기를 시작으로, 북한은 핵 폐기 작업을 차례로 하고, 그에 따라 미국은 경제제재를 완전히 해제한 뒤 종전선언·평화협정·관계정상화의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옳을 것이다. 우리 정부가 이런 행동계획을 얼마나 정치하게 구성해 남북, 한-미 정상회담에 임하는지가 북핵문제 해결의 관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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