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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한미동맹의 비대칭, 우리의 자율성 / 안문석

등록 2018-10-15 18:22수정 2018-10-16 09:32

안문석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동맹에는 대칭과 비대칭 동맹이 있다. 대등한 나라들끼리 힘을 더 강화하기 위해 맺는 것이 대칭 동맹, 국력 차이가 큰 나라들이 서로에 필요한 것을 주고받는 것이 비대칭 동맹이다. 통상 안보(security)와 국가 자율성(national autonomy)을 주고받는다. 큰 나라는 작은 나라에 안보를 제공해주고, 대신 작은 나라는 국가 자율성을 일부 양보하는 것이다. 묘하게도 대칭보다는 비대칭 동맹이 생명이 길다. 삐걱거리면서도 서로에 필요한 것을 보충해주기 때문이다.

1953년 시작된 한-미 동맹은 대표적인 비대칭 동맹이다. 미국이 주한미군을 통해 안보를 제공해주는 대신 우리의 자율성에는 일정 부분 제약이 가해져왔다.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한 한-미 관계사는 미국의 간섭, 한국의 왜소함을 실감케 하는 많은 사건으로 점철되어 있다. 미국은 4·19, 5·16 등 주요 사건 당시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고, 국방·경제정책 수립에도 관여하려 했다.

그나마 한국의 경제력이 커지고 그에 따라 ‘나름의 주장’이 생겨나면서 동맹의 성격은 조금씩 변해왔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좀 더 균형적인 관계’를 추진하기도 했다. 전시작전권 전환은 그래서 한-미 관계에 상징적인 의미가 큰 것이었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이를 연기·재연기함으로써 한-미 관계를 다시 낡은 관계로 퇴행시켰다. 이제 다시 문재인 정부가 12년 전의 전시작전권 전환 합의를 되살리려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몇가지 사례는 ‘균형’보다는 ‘비대칭’에 머물고 싶어 하는 미국의 속내를 여실히 보여준다. 주한미군사령관이 사령관을 겸직하고 있는 유엔군사령부는 경의선 철도 점검을 허용하지 않았다. 미국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남북한 군사합의에 대한 불만도 제기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승인 없이는 5·24 조치도 해제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미국 재무부는 한국의 7개 은행에 전화를 걸어 대북제재 준수를 주문하기도 했다.

북-미 관계보다 남북 관계가 앞서가면 비핵화가 어려워진다는 미국의 우려 때문에 발생하는 일들이다. 1993~94년 1차 북핵위기 당시 김영삼 정부를 상기시킨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남북 관계보다 북-미 관계가 앞서가면 안 된다며 미국을 막아섰다. 얼마나 끈질겼던지 미국의 관료들이 진저리를 쳤다. 그럼에도 김영삼 정부는 큰 흐름을 돌릴 수 없었다. 지금은 미국이 한국을 가로막는 모양새다.

어쨌든 국제사회의 큰 준칙 가운데 하나인 불간섭주의를 거스른다고도 할 수 있는 미국의 행위가 우리에게 중첩되는 현상은 꺼림칙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일이 문제를 삼기도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요는 큰 틀에서 우리가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을 얼마나 줄여나가느냐 하는 점이다. 안보 의존을 줄이면 그만큼 미국이 간섭할 여지는 줄고, 우리의 자율성은 커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안보 의존을 줄일 수 있을까?

첫째, 스스로 안보를 강화하는 방안이 있다. 하지만 군비를 강화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에 역행한다. 둘째, 다른 동맹을 더 확보하는 방안이다. 그렇지만 이는 한-미 관계와 동북아 국제관계의 모든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고차원 방정식이다. 제3의 길은 안보에 대한 위협을 줄이는 방안이다. 북한이라는 위협의 위험도를 축소하면 안보는 보다 근본적으로 확보된다. 대화의 정례화, 사회문화 교류의 활성화, 인도적 문제 해결의 제도화 등으로도 위험도는 줄어간다. 그 과정 속에 안보 의존성은 줄고 자율성은 신장한다. 그래서 남북 스스로의 관계 개선은 더 빠를수록, 더 나갈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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