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8.11.19 18:10 수정 : 2018.11.20 09:38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ㅅ여고 사태가 대입전형 요소로서 학생부의 신뢰성, 객관성, 공정성, 투명성 등에 대한 불신을 증폭하자 교육부는 ‘상피제’ 도입, 폐회로텔레비전(CCTV) 설치 등 대증요법식 대책을 내놓았다. 이러한 대책만으로는 유사 문제가 지속적으로 터지는 것을 막을 수 없음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입제도 마련에 대한 사회적 기대에 부응할 접근법은 없을까?

대입 시스템(정책과 제도)은 복잡계의 제반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사회의 다른 시스템과 연결된 거대 시스템의 일부분을 이루고 있다. 대입 시스템을 설계할 때 복잡계의 속성을 고려하는 시스템 공학적 접근을 해야만 반복되는 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대입 시스템을 설계할 때 개인과 집단이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체제를 형성해가는 복잡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제도와 함께 지금까지 간과해온 학교, 교사, 학생, 학부모, 학원, 대학들이 시스템이 기대하는 대로 행동하도록 면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저항도 예측하며 설계할 필요가 있다.

둘째, 시스템 설계 시 복잡계의 속성인 예측 불가능성과 복잡성을 고려해야 한다. 학생부 전형을 도입하면 학생들의 전인 성장과 미래역량 교육이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 수능 전형을 도입하면 더 공정한 대입이 될 것이라는 등의 단순한 믿음에 근거한 설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가령 학생부를 대입전형의 핵심으로 삼으면 성적 조작 시도 증가, 학교 여건과 교사의 차이로 인한 학생부 충실성과 신뢰성 차이, 부모의 직접적인 영향력 증가 등의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됨을 시스템 설계자와 관련자들이 인지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셋째, 대입 시스템 안에서 관계자들이 상호 작용하여 만들어내는 집단 성질인 대입문화 변화 차원의 설계도 함께 필요하다. 무조건 승리해야 하는 각자도생의 전쟁문화 속에서는 가능하다면 편법·탈법적 수단이라도 동원하게 될 것이다. 시스템을 설계할 때 대입문화 특성을 파악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가 원하는 문화가 만들어지도록 설계해야 한다.

넷째, 생명체가 환경 변화에 적응하듯이 관련 집단과 개인도 대입 시스템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간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항바이러스제가 처음에는 효과가 크지만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떨어지듯이 대입 시스템도 시간이 흐르면 효과가 떨어진다. 시스템을 설계할 때 개인과 집단의 지속적인 적응과 진화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다섯째,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대입 시스템이 외부의 다양한 시스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학생과 학부모 80% 이상이 4년제 대학을 선호하는 사회, 학력이 양분화·이원화되어 있는 직업 시장만이 아니라 개인 평가에서도 핵심 기준인 사회,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행복추구권이 잘 보장되지 않는 사회 시스템 등은 대입 시스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대입 전쟁, 과도한 학업 부담과 높은 사교육비, 학생과 학부모의 높은 스트레스 등은 외부 시스템들이 대입에 영향을 끼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문제는 대입 시스템 설계자와 외부 시스템 설계자가 머리를 맞대고 포괄적·장기적으로 접근할 때 조금이라도 완화될 것이다.

ㅅ여고 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복잡계로서의 대입 시스템 특성을 인지하고, 대입 시스템 구축은 긴 호흡으로 포괄적 접근을 해야 함을 깨닫길 기대한다. 대통령과 청와대도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교육과 선발 시스템을 설계하는 데에 경제나 남북통일만큼의 비중을 두길 기대한다. 복지가 현재를 위한 것이라면 교육은 미래를 위한 것이다.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시론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