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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04 17:59 수정 : 2019.03.05 09:32

유연철
기후변화대사

일석이조란 말이 있다. 하나의 돌로 두 마리의 새를 잡는다는 뜻이다. 이 말은 미세먼지와 기후변화에도 적용된다. 미세먼지와 기후변화의 발생 원인과 이에 대한 대응이 닮은꼴이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와 기후변화의 대응책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배출의 원인물질을 줄이는 저감 정책이고, 다른 하나는 미세먼지나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대책이다. 저감을 위해서는 배출원, 배출물질 등을 분석하여 대책을 만든다. 보통 노후 경유차나 제철소, 발전소 등의 온실가스 또는 오염물질을 줄이는 방안이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따라서 당장 폭염이나 초미세먼지가 발생하면 이에 적응하는 대책도 필요하다. 지난 1월23일 서울에서 열린 한-중 환경협력 공동위에서 실시간 정보제공을 통해 미세먼지 조기경보체제를 구축하기로 한 것은 적응의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국제사회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노력해왔다. 옛 기후체제는 지구온난화에 역사적 책임이 있는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도록 했고, 실패했다. 한쪽에만 책임과 강제적인 의무를 부여하여 현실적으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국제사회는 모든 국가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파리협정 체제를 2015년에 탄생시켰다. 지난해 말 폴란드 카토비체에서는 협정의 이행규칙이 대부분 합의되었다.

새 기후체제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역사적 책임뿐만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 대한 책임을 이야기한다. 선진국만이 아닌 모든 국가가 책임을 지고, 자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즉, 새 기후체제는 옛 기후체제를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확대한 것이다.

여기서 문제를 대하는 관점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옛 기후체제의 ‘책임과 비난’ 접근법으로는 문제해결이 어렵다. 새 기후체제에서 국가들은 ‘모두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각국이 처한 상황과 필요’에 대해 논의한다. 또한 각국의 필요는 선진국만이 아닌 능력 있는 국가의 자발적 협력으로 충족된다.

해법은 목표 자체가 아닌 과정에 있다는 인식도 중요하다.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같은 장기 과제는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풀어가야 한다. 거북이처럼 묵묵히 달려야 이기는 것이다. 어제와 다른 오늘이 조금씩 나아져가는 과정이 곧 문제의 해결로 이어진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는 국내 대책에 더해 중국·북한 등과 협력을 강화하고, 지구온난화에 의한 대기정체 일수가 줄어들 때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 곧 기후변화 대응은 미세먼지 줄이기와도 같다.

지난 2월15일 ‘미세먼지 특별법'이 시행되고 민관합동특별대책위원회가 출범하였다. 정부의 세밀한 대책도 온 국민의 동참도 긴요한 시점이다. 특히 국민들이 솔직한 심정과 의견을 토로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책의 보완과 국제협력에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함께 인식하고 대응하되,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정부와 국민 간에, 그리고 인접국가와 서로의 필요를 조정하면서 충족시켜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중국과는 양자적 협력에 더해, 다자적 차원에서 한중일 체제, 동북아청정대기파트너십 등을 활용하여 일회성이 아닌 상시적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과학적 공동연구를 기초로 기술협력 등 서로 이득이 되는 협력모델의 추진이 바람직하다. 북한과의 기후변화 협력도 명분과 실익이 모두 있어 여건만 형성된다면 훌륭한 협력분야가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 미래 세대가 한반도에서 미세먼지와 기후변화로 고통받지 않는 날이 앞당겨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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