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23 19:00
수정 : 2006.05.29 19:27
월드컵 앞두고 독일 극우폭력 급증
“반이스라엘 이란팀 응원하겠다”
다음달 9일 개막하는 독일 월드컵에서는 70년 전 베를린올림픽 때 나부낀 나치 깃발을 경기장 안팎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신나치 무리가 저지르는 폭력사건이 월드컵을 앞두고 늘고 있는데다, 이들이 경기 응원에 나서겠다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내무부는 지난해 발생한 극우파 폭력사건이 958건으로 한해 전보다 24% 늘었다고 22일 밝혔다. 신나치 단체 조직원은 2004년보다 300여명 불어난 4100여명으로 집계됐고, 나치 표장을 내거는 등의 행위로 적발된 극우파 범죄 건수 또한 27% 늘어난 1만5361건이었다.
한국인 학생 피습당해
인종주의를 둘러싼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정부 대변인 출신으로 반인종주의 단체를 이끄는 우베-카르스텐 하이예는 지난 17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월드컵 관광객 중 유색인종들은 옛 동독 지역인 브란덴부르크주나 베를린 일부 지역에 안 가는 게 좋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더욱이 그가 “유색인종은 이런 곳에 갔다가 살아 돌아오지 못할 수 있다”고 말한 대목이 ‘동독지역 전체에 오명을 씌운다’는 반발을 샀다. 하이예의 발언을 두고선 ‘문제를 공론화해 경각심을 갖게 하는 게 낫다’는 옹호론도 적지 않다. 2차대전 뒤 역사청산 운동이 미미했고 경제가 어려운 옛 동독 지역에서는 인종혐오 범죄 발생률이 옛 서독 지역보다 10배쯤 높다.
특히 22일에는 동부 마그데부르크 시내에서 한국인 학생(31)이 독일 청년(23)한테 외국인 혐오를 드러내는 모욕적인 말을 듣고 폭행까지 당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당시 이 한국 학생은 지하철을 타고 가던 중이었다. 19일 베를린 동부에서는 터키 출신의 지방의회 의원이 신나치 무리들한테서 역시 욕설과 함께 크게 얻어맞기도 했다.
신나치들은 다음달 21일 옛 동독 도시인 라이프치히에서 열리는 이란-앙골라전에서 이란을 응원하는 집회를 열겠다며, 인터넷으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독일에 의한) 유대인 대학살은 꾸며낸 얘기”, “이스라엘은 지도에서 없어져야 한다”며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말을 했다는 게 이들의 지지 이유다.
독일 유대인중앙위원회의 슈테판 크라머 의장은 “월드컵을 앞두고 정부가 외국인 보호보다는 나라 이미지만 걱정하고 있다”며 인종주의에 대한 적극 대처를 주문했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