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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17 19:02 수정 : 2006.04.15 21:58

한국 대학의 5월이 ‘축제의 계절’이라면, 9월에 학기를 시작하는 미국 대학의 5월은 ‘졸업의 계절’이다. 요즘 뉴욕의 대학에선 졸업식 준비가 한창이다. 졸업식 준비에서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가 명예박사 학위자를 선정하는 일이다. 누가 어느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고, 그가 어떤 내용의 연설을 했는가 하는 것이 5월 미국의 심심찮은 뉴스거리다.

오는 22일 졸업식을 갖는 컬럼비아 대학은 전 상원의원, 전 대학총장, 소설가, 라틴문학가, 신경학자, 음악가 등을 명예박사 학위 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들 각자에겐 경력에 걸맞게 법학박사, 문학박사, 과학박사, 음악학박사 학위가 주어질 예정이다.

공익법률가 배출을 목표로 만들어진 뉴욕시립대 로스쿨도 학교의 설립목표에 맞게 줄곧 사회정의와 소수자 권리를 위해 헌신해 온 변호사, 법학자들에게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주어 왔다. 올해 졸업식에서도 오랫동안 사형수들을 변호해온 브라이언 스티븐슨 변호사와 성적소수자들의 권리보호 단체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프라이드 어젠다’의 카르멘 바스케즈 등 4명이 명예박사 학위를 받는다.

100번째 졸업생을 배출하는 줄리어드 음대 역시 예술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쌓아온 예술가들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주어 왔다. 졸업생들이 자신의 미래 모습을 그릴 수 있는 예술가들에게 학위를 주어온 것이다. 지난 2000년 졸업식에선 성악가 바바라 헨드릭, 피아니스트이자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지휘자인 제임스 레바인, 그리고 학교 졸업생이자 영화 <아메리칸 뷰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케빈 스페이시 등 5명이 명예학위를 받았다.

졸업식장에서는 졸업생들이 한 사람씩 단상에 올라가 총장 혹은 학장으로부터 졸업장을 받는다. 2000년 줄리어드음대 졸업식장에선 단상에 다른 명예박사 수여자들과 함께 앉아 있던 스페이시에게 다가가 포옹을 청하는 여학생들이 족히 열댓명은 넘었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스페이시에게 포옹을 청하는 여학생들의 모습에 축하객들은 웃음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 스페이시는 졸업식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한 여학생이 또 다가서자 벌떡 일어나 여학생의 허리를 꺾어채고 키스하는 듯, 영화 같은 장면을 연출해 큰 박수를 받았다.

학기 중간에, 그것도 학위 수여 대상자인 재벌 총수의 이력과는 그다지 관계가 없는 부문의 명예박사 학위를 주려다 한바탕 소란을 겪은 5월 서울 대학가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제 곧 시작될 뉴욕지역 대학들의 졸업식을 앞두고, 이곳 시민들 사이에선 ‘올해는 누가 명예박사 학위를 받게될지’가 화제가 되고 있다. 서울에서도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뉴욕/유영근 통신원 justsociety@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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