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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20 19:47 수정 : 2006.04.15 21:54

중동이라는 말을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이슬람, 코란, 사막, 차도르(히잡)를 떠올린다. 그중에서도 차도르는 이슬람 여성 억압의 상징처럼 생각된다.

중동 여성들이 여권신장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 조금씩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여성의 현실정치 참여는 항상 제자리에 멈춰 있었다. 특히, ‘걸프지역 국가’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그리고 오만 등 걸프국가연합(GCC) 회원국 대부분에서 실질적인 여성의 참정권은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6일 쿠웨이트 의회가 여성 참정권을 인정한 선거법 개정에 동의한 것은 아랍 여성 인권사에서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이번 개정안은 앞으로 치러질 중앙 및 지방 의회 선거에서 여성의 입후보권과 투표권을 보장했다.

쿠웨이트 여성운동가들은 지난 수십년 동안 참정권을 요구해 왔지만 번번히 좌절돼 왔다. 이번 선거법 개정안도 우여곡절 끝에 여러 장애물을 넘어 통과됐다. 지난 2일에도 쿠웨이트 의회는 이번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았으며, 정부는 오는 6월 지방의회 선거를 여성 참여 없이 치르겠다고 발표했었다.

쿠웨이트 의회가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쿠웨이트의 신문인 <알 와딴>과 <앗 라이율암> 등은 의회가 동의 35표, 반대 23표, 기권 1표로 이번 선거법 개정에 동의함으로써 모든 이를 놀라게 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요르단 대학에 유학 중인 쿠웨이트 학생들도 이 소식을 듣고 예상 밖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걸프지역 아랍국가 중 쿠웨이트보다 앞서 여성 참정권을 인정한 바레인에서도 초기 여성 정치가들이 겪어야했던 문제는 바로 여성의 정치 참여에 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일이었다. 오랜 요구 끝에 최근 선거법 개정을 이뤄내기는 했지만 바레인의 남성들은 여전히 여성 입후보자를 무시했다. 심지어 같은 여성들도 여성의 정치 참여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아랍국가에서 여성들이 겪는 사회적 홀대는 결코 이슬람의 전통에서 유래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슬람이 등장했을 당시에는 그 이전 아랍의 전통과 관습의 올가미에서 여성을 해방시킨 의미도 있었다.

<코란>에서도 여성은 알라 앞에서 권리와 의무가 남성과 평등하다고 말한다. 교리상으로 남녀는 공동으로 사회와 가정을 지켜나가야 할 의무를 가지며, 이슬람 여성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자신의 주권과 독립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이슬람 태동 이전부터 아랍인들의 가슴 저변에 뿌리깊게 박혀 있던 구습이 오늘날과 같은 현상을 유지시켜 왔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번에 쿠웨이트 여성들이 획득한 참정권은 여성 참정권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주변 국가들에도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암만/주정훈 통신원 amin9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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