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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23 18:07 수정 : 2006.04.15 21:54

유럽에서 가장 인기있는 텔레비전 행사의 하나인 ‘유러비전 송 콘테스트’는 단순한 노래자랑 대회가 아니다. 대회 우승국이 다음해 행사를 개최하는 이 축제는 “유러비전이 정치를 이끌어간다”고 할 정도로 이제 유럽의 흐름을 읽는 데서 빼놓을 수 없는 의미있는 행사다.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는 유럽연합(EU) 가입에 앞서 각각 2001년과 2002년에 이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함으로써 유럽의 시선을 발틱연안으로 옮겨놓은 바 있다. 또 터키는 2004년 행사를 계기로 유럽연합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오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우크라이나가 우승했는데, 레오니드 쿠츠마 전 대통령의 권위주의체제를 무너뜨린 ‘오렌지혁명’을 예고했다는 다소 과장된 사후 해석까지 나왔다.

21일 밤 우크라이나 수도 키에프의 독립광장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는 이런 의미를 되새기듯 국내외에서 모여든 30여만명의 청중들로 발비딜 틈이 없었다. 50회째를 맞은 이번 대회 참가자는 24개국 39개 팀이었다. 12억명이 시청하는 가운데 전화와 인터넷 투표를 한 결과 그리스의 헬레나 파파리주가 ‘마이 넘버 원(My Number One)’이라는 노래로 영광의 금상을 받았다. 대회장을 찾은 빅토르 유시첸코 대통령은 트로피를 수여하면서 “이 상은 전 유럽을 하나로 묶어주는 노래에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그리스는 지난해 유럽축구대회 우승, 올림픽 주최로 보여준 국가의 저력을 이어갔다. ‘오렌지 혁명’ 가요를 부른 그린졸리를 앞세워 대회 2연패를 노리던 우크라이나는 대회 개최에 만족해야 했다.

올해 대회에서는 지난 몇 년간의 추세를 따라 불가리아, 라트비아, 크로아티아 등 동유럽 국가들이 상위권에 오른 반면, 독일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옛유럽’ 대국들은 하위권으로 처졌다. 그 중에서도 독일은 본선 참가국 중 유일하게 한자리수(4점) 점수로 최하위에 그쳤다. 유러비전에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는 독일인들로선 적잖게 실망스런 일이었다.

우승국의 환호와 하위권 국가들의 안타까움을 뒤로 한 채 올해 유러비전은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신생 유럽연합 회원국이 된 동부유럽의 크고 작은 나라들이 앞으로 다양하고 신선한 바람을 유럽대륙에 몰고 올 것임을 새삼 확인시켜주는 자리가 됐다. 쾰른/신지영 통신원 jshin@smail.uni-koel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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