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5.24 19:20
수정 : 2006.04.15 21:53
3만2천여명의 회원을 거느린 ‘영국 맥주 및 펍 연합회’가 지난 23일부터 폭음을 근절한다는 명목으로 술집에서의 ‘해피아워’를 금지시켰다. 해피아워는 술집에서 일정한 시간 동안 아주 싼값에 술을 파는 행사를 일컫는다.
보건당국 통계를 보면 영국 남성의 30%, 여성의 20% 이상이 주당 적정 음주량을 초과해 술을 마시고 있다. 당국이 권장하는 적정 음주량은 맥주 500cc 기준으로 남성은 주당 12잔, 여성은 8잔이다.
그러나 만취한 젊은이들이 도심에서 흔하게 목격되고, 취객들이 집단으로 경찰에게 행패를 부리거나 공공기물을 파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찌보면 한국과 비슷한 풍경이다.
맥주에서 위스키, 포도주까지 온갖 종류의 술을 취급하는 펍은 영국 서민문화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혁명 때부터 노동에 지친 노동자들이 퇴근길에 들러 하루의 회포를 푸는 곳이었다. 그래서 펍은 가정주부들의 원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지금은 저녁이면 20대 젊은 여성부터 70대 할아버지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옹기종기 모여 가벼운 대화와 농담을 나누는 장소다. 그러다보니 동네 펍은 지역사회의 중심 구실을 하기도 한다. 펍에서는 술을 마실 때마다 바에서 돈을 내고 마셔야 하기 때문에 모든 술값을 한사람이 계산하진 않는다. 오히려 한 사람씩 돌아가며 모두에게 한 잔씩 ‘쏘는’ 게 일반적이다. 그리고 계속 다른 펍으로 옮겨 다니는 ‘펍 기어다니기’도 적지 않은데, 이는 차수를 바꿔 마셔대는 한국의 술문화와 비슷하다.
최근 정부는 폭음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과 의료, 범죄 등 사회적 비용이 한해 200억파운드(약 40조원)에 이른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런 사회적 우려가 ‘해피아워’를 금하게 한 배경이 됐다.
김보영 통신원
saeky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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