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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26 18:51 수정 : 2006.04.15 21:52

제2차 세계대전 종전 60주년을 맞아 독일에서 나치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특히 영화와 다큐멘터리에서는 예전처럼 무조건 히틀러를 나쁘게만 그리지 않고 그의 고통과 고뇌도 보여주고 있다. 독일 쪽 희생자들의 아픔도 조심스럽게 드러내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아에르데>가 얼마전 방영한 나치 군수부장관 알베르트 슈페어(1905~1981)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 드라마 3부작도 그중 하나다. 슈페어는 전쟁이 끝난 뒤 20년형을 살았다. 그는 나치의 범죄에 대해선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다큐는 그가 이를 잘 알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그럼에도 그의 내면 세계의 또다른 모습을 그린 이 다큐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가을 히틀러의 최후를 다룬 <몰락>이란 영화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몰락>은 사상 처음으로 독일에서 직접 만든 히틀러 영화로 그의 인간적 면모를 담았다. 독일 영화로는 드물게 3백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해 흥행에도 성공했다. 생존해 있는 히틀러의 개인 여비서가 한 증언을 바탕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1945년 4월20일부터 5월2일까지 베를린 벙커에 측근들과 은신해 있던 히틀러가 자살에 이르는 과정을 생동감 있게 형상화했다. 시나리오를 쓴 베른트 아이힝어는 “지금까지 악의 화신으로만 그려졌던 히틀러의 전형에서 벗어나, 히틀러를 입체적 인물로 나타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올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을 받은 <소피 숄>(사진)도 화제다. 이 영화는 1943년 뮌헨에서 ‘백장미’라는 반나치 대학생조직을 주도했다가 체포돼 죽임을 당한 여대생 소피의 생애를 그린 것이다. 소피 솔은 1년 전 조사에서 아데나워 총리와 마르크스의 뒤를 이어 세번째로 독일인들이 존경하는 인물로 선정됐다.

독일인들은 과거의 전쟁범죄를 끊임없이 사회적으로 이슈화시켜 왔다. 캐나다 사회학자 마이클 보드맨은 “독일인들은 잊기 위해 기억한다”고 말했다. ‘기억과 망각의 변증법’을 통해 여러 가지 형태로 과거의 집단적 기억을 환기시킴으로써 죄를 씻는 정화의식을 치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 교황의 나치전력 논란에서 보듯 주변국가의 독일에 대한 의구심은 계속되고 있다. 독일 대중매체에서 히틀러와 그의 추종자의 인간적 모습을 그리는 요즘 세태를 두고, 폴란드 언론은 ‘나치를 미화한다’며 독일 사회를 싸잡아 비난했다. 독일의 과거 반성에도 불구하고 나치독일의 침략을 받은 이웃나라의 부정적 인상은 여전히 뿌리깊게 박혀 있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juyeon@gmx.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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