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6.12 18:22
수정 : 2006.04.15 21:44
지적 이미지 불구 평군 ‘C’
지난해 미국 대통령 자리를 놓고 조지 부시 대통령과 경쟁을 벌였던 존 케리 상원의원의 대학 시절 성적이 그리 좋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일간 〈보스턴 글로브〉는 지난 7일 케리 의원의 허락을 받아 부시보다 2년 먼저 졸업한 케리 의원의 예일법대 평균 성적은 ‘C’학점에 해당하는 76점이었다고 공개했다. 1999년 〈뉴요커〉가 공개한 부시 대통령의 성적은 3년간 평균 성적이 77점이었고, 점수로 매겨지지 않은 4학년 때도 비슷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케리 의원은 1학년 때 10개 강좌 중 지질학과 역사학 과목 등 4개의 D학점을 받았고 2학년 때는 1개의 D학점을 받아, 이후 평균 성적이 조금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학년 정치학 한 강좌에서는 89점을 받아 그가 받은 점수 중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시절 학업보다는 정치서클과 토론서클, 엘리트 서클인 ‘해골과 뼈’ 등 과외활동에 힘을 쏟았다는 케리는 이후 해군 장교 후보생 시절 최고성적을 받았고, 예편 뒤 검사, 부지사, 상원의원, 대통령 후보로 승승장구했다.
대학 동문인 부시 대통령의 대학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얘기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적 이미지의 케리 의원은 성적이 좋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다. 선거 운동 당시 케리 후보는 성적표 공개를 사생활이라며 공개를 거부했었다. 반면 부시 대통령은 오히려 부진했던 성적을 적극적으로 공개하며 ‘공부는 잘하지 못했지만 친근감이 많고 리더십이 강했던 인물’, ‘학교에서는 열등생이었지만 사회에서는 우등생’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미국 국민들은 지난해 대선에서 대학 성적으로만 보자면 그렇고 그런 ‘비우등생’ 2명 중에서 1명을 골라야 했던 셈이다. 선거운동 당시 부시의 대학 성적이 반부시 진영에선 조롱거리로 회자됐던 것처럼, 이번에 공개된 케리 의원이 부진한 성적이 회자될지의 여부는 미지수다. 그러나 대선 캠페인 당시 민주당 대변인이 부시 대통령의 성적을 가지고 이러쿵저러쿵하지 않았던 것처럼, 공화당 쪽에서 뒤늦게 케리 의원의 성적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리는 만무하다. 대통령의 고졸 학력을 들먹이며 대학 졸업자만이 정치를 하여야 하는 것처럼 이야기를 한 한국의 어느 정당 대변인 같은 사람이 있지 않다면.
유영근 통신원
justsociety@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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