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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01 18:12 수정 : 2006.04.15 21:34


“영어 배워 서구 물리치자”…민족주의도 ‘광풍’ 다른 요인

“왜 영어를 하냐고요? 영어실력은 곧 경제 엘리트를 의미하는 것 아닙니까?”

35도를 오르내리는 찜통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30일 저녁. 상하이 시내 한 대학 교정 한켠에서 수십명의 사람들이 모여 무언가를 열심히 두런두런거리고 있다. 영어 실력을 늘리기 위해 매주 목요일 저녁마다 남녀노소 누구나 참가해 영어로만 대화하는 영어모임 ‘잉위자오’(英語角) 현장이다.

무역회사 직원 카오는 “영어학원 등에서 회화를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사람도 있으나 이곳에 나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독학을 하거나 이런 공동모임을 통해 영어실력을 늘려가고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문화대혁명이 발발한 지 40년이 지난 지금, 중국에서 불고 있는 영어 배우기 바람은 또다른 혁명이라고 불릴 만하다. 중국인들이 이토록 영어에 매달리는 이유는 ‘영어실력=경제 엘리트’라는 인식 때문이다. 중국의 인재정보 사이트 <중화영재망>이 2003년 베이징과 상하이 등의 대도시에서 조사 발표한 수입조사 결과에서도 외국어(주로 영어) 능통자의 연평균 수입은 5만3378위안인데 비해 비숙련자의 수입은 3만1211위안에 불과했다.

“창피요? 뭐가 창피하다는 것이죠?”

상하이 시내 한 공원에서 큰 소리로 영어 문장을 외쳐대는 한 여자 대학원생은 ‘사람들의 시선이 따갑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오히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그는 온몸으로 영어 삼매경에 빠지라는 중국 영어학습의 카리스마 리양의 영어학습을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1998년부터 중국대륙에 영어열풍을 몰고 왔던 리양의 ‘크레이지 잉글리시’ 강연장은 외국어 학습장이 아닌, 정치나 종교집회장을 방불케 한다. “렛스 크레이지 잉글리시”라는 리양의 절규에 강연장을 가득 채운 청중들은 온몸으로 열광한다. “영어를 배워 서구와 일본사회를 물리치자!”라는 리양의 민족주의적 호소는 중국인의 심중을 강력하게 잡아묶는 또다른 요인이다. 경제적 출세라는 개인적 희망과 중화 자존심의 부활이라는 국가적 모티브도 한몫하는 듯 보인다.

영어 중시 분위기는 ‘6-3-3-4’의 학제에서도 반영돼 있다. 중국에는 각 학습단계를 마칠 때면 통일졸업시험을 치루는데, 시험 결과에 따라 조기승급과 유급이 이뤄진다. 대학에서는 제1외국어 과목의 통일시험에 합격해야만 졸업이 가능하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중국인들의 영어실력은 수직상승하고 있다. 국제교육교환협의회 일본지부 대표부에 따르면, 1980년대 후반부터 약 10년간 한국과 일본의 평균 토플점수가 각각 17점과 13점 오른 데 그친 반면 중국인의 토플점수는 평균 51점이나 올랐다. 한국인 유학생들은 중국학생들의 영어실력에 “기죽기 일쑤”라고 실토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정부도 영어교육에 두팔 걷어부치고 나서고 있다. 모든 중국인들이 올림픽을 위해 찾아온 외국 손님들을 영어로 맞이해 중국의 국가이미지를 높이고 개인간의 우정형성에도 기여해나간다는 목표다. 상하이/글·사진 우수근 통신원 iloveasia00@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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