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01 18:17
수정 : 2006.04.15 21:34
영어시험·14억 투자 필요
한국인에게 이민희망국 1위로 꼽히고 있는 뉴질랜드가 비영어권 국가의 이민자에게 장벽을 높이고 있다. 1992년부터 활짝 열렸던 이민문호는 지금은 영어시험이 부과되고 투자액 역시 배로 늘었다.
4일부터 시행된 새 정책을 보면, 5년 이상의 사업 경력이 있는 투자자가 적어도 5년 이상 2백만 뉴질랜드달러(약 14억3천만원) 이상을 뉴질랜드에 투자해야 한다. 또 투자가 종료되는 시기에 뉴질랜드에 이민하려는 확실한 의사가 있어야 한다. 투자 후 2년이 지난 뒤 뉴질랜드에 이익이 될 만한 사업에 투자한다는 증빙을 하는 경우에 투자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을 인출할 수 있도록 했다. 폴 스웨인 이민부 장관이 밝힌 새 투자이민 정책은 앞으로는 뉴질랜드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진정한 투자자만을 받겠다는 것이다. 기술이민의 경우에도 영어능력과 취업상황 등을 엄정하게 선별해서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새 이민정책에 대해 아시아계 교민단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오클랜드에 거주하는 교민 황아무개(55)씨는 이번 조처가 아시아계 이민자들을 겨냥한 조처라고 분개해 했다. 유럽이나 인도지역의 이민자에 비해서 아시아계 이민자는 영어소통이 힘들고 따라서 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사회보장 혜택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 경향이 있다는 일부의 비난을 근거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내는 세금이 과거시절 받았던 복지수당을 상회하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중국계 이미자인 팽(46)은 백인들 역시 불과 150년 전에 이 나라로 건너온 이민자일 뿐이며 정부가 비영어권 이민을 규제하려고 이민법을 강화시키는 것은 불공평한 처사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뉴질랜드는 인종 차별이 가장 적은 나라로 꼽혀왔지만, 이러다가는 아시아 사람들의 나라가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분위기가 높아지면서 아시아 이민을 허용하지 않는 쪽으로 가고 있다.
노스 쇼어에 거주하는 교민 강아무개(60)씨는 “이민법 강화정책은 소수의 유권자들에게는 어필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시안과의 관계증진을 요구하는 상당수 백인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클랜드/이영범 통신원
dlflr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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