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환경문제등 고려해 5년 넘은차 등록 불허 올들어 요르단을 통한 한국 중고자동차의 대이라크 수출이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이라크 임시정부가 2000년식 이전 중고차의 수입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낡은 차량들이 폭탄테러에 이용되고 환경오염까지 불러일으킨다는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자동차 등록이 의무화되면서 5년 넘은 차량의 등록이 불가능해져 더욱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요르단을 중개지로 한 중고차 재수출에서 이라크의 비중은 70~80%에 달할 만큼 절대적이다. 한국 중고차의 요르단 수출은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한국이 아이엠에프 위기에 처했던 1998년부터 본격화됐으며, 중고차 수출이 대요르단 수출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였다. 지난해에만 승용차와 승합차, 특수·화물차를 포함해 약 27만대가 요르단으로 수출된 뒤 대부분 이라크로 재수출됐다. 요르단에서 중고차 무역에 종사하고 있는 김아무개씨는 “한국 중고차는 품질에 비해 값이 싸고 옵션이 다양해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중고차 수입업자인 이브라힘 샤쿠카니(31)는 “요르단 정부가 올해 초 2000년식 이하, 2000㏄ 이하 차량에 대해 관세를 올려 배기량이 작고 오래된 연식 위주의 한국 중고차 경쟁력이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원화 강세로 인한 수입가 상승까지 겹쳐 한국 중고차 관련업자들은 사실상 휴업 상태다. 한국산 자동차 부품도 힘겹긴 마찬가지다. 99년부터 한국산 부품을 수입해 왔다는 아슈라프(38)는 “올해초 한국산 부품값이 35%가량 올랐다”며 “절반 값인 중국산이나 대만산, 심지어는 시리아산으로 돌아선 상인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대명 모터스의 김천기(48) 사장은 “이라크에는 25년 넘은 차량이 절반에 달해 대대적인 차량 교체 수요가 예상되지만, 이라크 정부의 연식 제한 조처가 큰 걸림돌”이라며 “정부 차원의 통상외교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요르단 한국대사관 쪽은 “새로 들어선 과도정부와 지난 임시정부의 조처를 완화하는 협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이라크 상황이 불안정해 협상 상대조차 찾기 힘든 실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수도 암만 동쪽 30km 지점에 있는 자르카 자유무역지구에 있는 미처분 한국 중고차는 7천여대이다. 요르단 바이어 재고분까지 합치면 1만대 가량이다. 금액으로는 200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관련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암만/글·사진 주정훈 통신원 amin9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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