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7700만명의 신자를 거느린 세계성공회가 동성애 포용 문제로 심각한 내부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달 19~28일 영국 중부 노팅엄에서 열린 성공회협의회(ACC)는 2001년 동성애자인 진 로빈슨 신부를 뉴햄프셔교구 주교로 임명한 미국성공회와 뉴웨스트트민스터교구가 동성애자 혼인을 축복한 캐나다성공회의 제명 문제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성공회협의회는 결국 협의회의 상설·재무·행정 등 3개위원회에서 두 나라 성공회를 활동을 정지하는 수정결의안만을 찬성 30, 반대 28, 기권 3, 불참 10의 근소한 표차로 통과시켰다. 3년마다 열리는 성공회협의회는 전세계 164개국 72개 관구의 성직자와 평신도 대표들이 참석해 종교적인 문제와 세계 각 지역의 현안에 대한 성공회의 기여 방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이다. 성공회협의회는 10년마다 열리는 람베스주교회의, 성공회지도자회의 등과 함께 세계성공회를 대표하는 기구 가운데 하나다. 동성애 문제는 이번 회기 동안 32회의 토론 가운데 8회에 걸친 열띤 토론을 벌일 만큼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이번 결정은 성공회협의회에서 자발적 탈퇴를 요구하는 결정을 내렸던 지난 2월 세계성공회 지도자회의의 결정과 크게 달라진 바는 없다. 지도자회의는 2008년으로 예정된 성공회최고위 성직자들의 모임인 주교회의에서 논의하기로 하고 그때까지 두나라 성공회를 성공회협의회에서 잠정적으로 제외키로 했었다. 그러나 이번 성공회협의회가 동성애 문제에 대한 ‘의견 청취’ 기회를 갖기로 하고 두 나라 대표단을 소환하면서 논의의 장이 열린 것이다. 동성애 문제에 대한 토론에 앞서 세계성공회 공동체를 대표하는 로완 윌리엄스 캔터베리대주교는 “분열을 막고 이러한 딜렘머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혜를 모으자”고 호소했으나, 진보와 보수의 입장은 극명하게 갈렸다. 북미 지역 대표들은 “사람의 성적 성향이 태어나면서 정해진 것인데, 그것을 이유로, 구원 받고자 하는 그들을 져버린다는 것은 신의 계시에 어긋난다”는 논지로 동성애자도 구원의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지역의 보수적 교단 대표들은 두 나라 성공회의 제명을 하거나 회개케 하자는 강경 주장을 폈다. 말레이시아 대표 스탠리 신부는 “하나님의 말씀, 성경에 거스르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으며, 그들 (북미지역) 이 회개하고 참 신도가 되게 하도록 성공회에서 새롭게 교육을 시키자” 라고 강조했다. 탄자니아 대표는 “지금 이슬람교의 세력 확장으로 우리의 신도 확장에 고충을 겪고 있는데, 동성애를 허용한다면 당장에 이슬람세력으로부터 이단이라고 공격받을 것이고, 신도들은 동요되어 개종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결국 1750만 신자를 거느린 나이지리아 성공회의 피터 아키놀라 대주교 등이 두 나라 성공회를 3년 동안 성공회의 모든 공식조직에서 제외시키자는 결의안을 제출했지만, 논란 끝에 협의회의 3개 위원회로 축소하는 결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져 근소한 차이로 가결됐다. 그러나 ‘성경의 교리’와 ‘현실의 현상’ 사이의 고민으로 많은 기권·불참이 이어지는 등 성공회 내의 동성애 문제는 계속 내연될 전망이다. 런던/최봉섭 통신원 choi@brc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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