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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28 21:23 수정 : 2011.06.28 22:06

26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프라이드 퍼레이드’에서 오토바이를 탄 레즈비언 커플이 장난스런 포즈를 취하며 행진하고 있다.

통신원 리포트

26일(현지시각) 미국 시카고의 보이스타운에는 동성애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로 가득 찼다. 거리에는 레즈비언 커플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오래된 중년 게이 커플들이 파트너의 손을 마주잡고 퍼레이드를 진행했다. 매년 이날 열리는 이 ‘프라이드 퍼레이드’는 올해가 42회째다.

성적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짙었던 지난 1969년, 성적 소수자들이 몰려있던 뉴욕 그리니치 지역의 스톤월 호텔에 대한 경찰 기습에 항의해 그리니치 지역 전체로 시위가 확산된 바 있다. 이듬해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에서 이날을 기념해 ‘게이 프라이드 행진’이 열린 것을 시작으로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시카고는 샌프란시스코, 뉴욕보다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엘지비티) 등 성적 소수자들에 대한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곳이다. 이날 프라이드 퍼레이드가 열린 보이스타운은 미국에서 동성애자 거주지역으로 최초로 공인된 지역으로, 게이, 레즈비언 등 성적 소수자들이 집중적으로 몰려 살고 있다. 이 지역 선출직인 시의원도 동성애자다. 또 이 지역의 홀스테드 센터와 하워드브라운 센터는 성적 소수자와 관련된 건강 연구 등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고 있다.

이날 퍼레이드는 지난 24일 미국 뉴욕주 의회가 동성애자 결혼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축제 분위기가 더해졌다. 또 지난 5월 취임한 램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과 팻 퀸 일리노이 주지사를 비롯해 50여명의 이 지역 주요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평화봉사단 및 시카고 교원노조 등 성적 소수자와 무관한 250여 단체들도 함께 참석해 무지개 깃발을 흔들었다. 또 홀스테드 거리에서 브로드웨이까지 2마일 가량 이어지는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75만명의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모여들어 서로 다른 모습 그대로를 존중하고 어우러지는 시민축제의 한마당이 되었다.

시카고가 속한 일리노이주에서는 올해 6월부터 동성결혼이 ‘등록 동거’ 형태로 합법화됐다. 그러나 ‘시빌 유니언’(Civil Union)이라는 이 조처는 단순한 파트너십만 인정할 뿐, 배우자의 연금 수혜 혜택 등 법적인 보호는 받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동성결혼이 이성결혼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법적 권리를 갖고 있는 곳은 다음달부터 효력을 발휘하는 뉴욕주를 포함해 아이오와, 매사추세츠, 코네티컷, 버몬트, 뉴햄프셔 등 6개주와 워싱턴 디시(D.C.) 등 뿐이다.

이날 퍼레이드의 집행위원장인 리처드 파이퍼는 이날 ‘프라이드 퍼레이드’에 대해 “이번달에 ‘시빌 유니언’으로 등록한 커플들이 퍼레이드에 많이 참석했다”며 “우리는 ‘엘지비티’ 안에서 각양각색의 여러 커뮤니티를 대표해 퍼레이드에 참석한다”고 말했다.

트랜스젠더로 커밍아웃한 지 1년이 채 안 되었다는 옥타비아(45)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장으로서의 퍼레이드에 참석하러 왔다”며 “나를 지지해주는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내가 속한 커뮤니티가 자랑스럽다” 고 말했다.

타고난 성을 이후에 스스로 바꾸는 작업은, 사회적·심리적 반동이 크다. 미국 심리학회에서는 트랜스젠더 연구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있기도 하다.


시카고/글·사진 정안숙 통신원 granbl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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