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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03 18:34 수정 : 2006.04.15 21:18

고향서 실업자 되거나 원치 않는 직업 갖느니…

스위스 청년 스테판(30)은 지난해부터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에서 한 미국계 은행 불가리아지점의 인턴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올 가을 정식 직원으로 채용되면 소피아에 아예 정착할 예정이다.

지난 10여년간 이어진 경기침체로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스위스에서는 동유럽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개혁·개방에 눈을 뜬 동유럽 국가들에 속속 새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유럽 금융기관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금융 및 법률 부문의 인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동유럽의 고급인력들은 현지의 이런 일자리를 박차고 꿈을 좇아 서유럽이나 미국행 보따리를 싸고 있다. 그 빈자리들을 청년실업에 허덕이는 서유럽의 젊은 인재들이 메꾸고 있는 것이다.

 금융계 헤드헌팅 회사의 한 담당자는 “특히 유럽통합 등으로 다언어 구사가 취업의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는데,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적어도 3개 국어 이상에 능통한 스위스 젊은이들이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들의 동유럽행에는 동유럽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열린 사고가 바탕에 깔려 있다.

 금융권 취업을 준비하는 에바(26)도 최근 동유럽에 관심을 갖고 있다. “부모님 세대는 스위스인들이 왜 가난한 동유럽에 가서 일을 하려는 것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세요. 옛 공산권 국가에 대한 선입견이 아직 남아있거든요. 스위스에서보다 임금도 상당히 낮구요. 하지만 이곳에서 실업자가 되거나 원치 않는 일을 하는 것보다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노장년층의 노파심도 적지 않다. 연금생활자인 가브리오(68)는 “고급인력은 미국과 동유럽으로 빠져나가고, 스위스에는 동유럽과 아시아에서 온 저임금 노동자만 남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스위스는 ‘국부 유출’을 우려해 유럽연합(EU)에도 가입하지 않고 있다. 그런 부자나라가 엉뚱하게도 ‘인력유출’ 고민에 빠진 셈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이를 ‘인력유출’이 아닌 ‘인력순환’으로 보고 있다.

제네바/윤석준 통신원 semi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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