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05 18:32
수정 : 2006.04.15 12:32
‘나치 학살’ 잔혹한 보복
범죄인 인도요청 거부
나치의 대량학살 범죄에 대한 단죄에 철두철미한 이스라엘이 유대인에 의한 대량학살에는 눈을 감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이스라엘 정부는 폴란드 정부가 지난해 4월 대량학살 혐의로 폴란드 출신 유대인 솔로몬 모렐(87)에 대해 요구한 범죄인 인도요청을 거부했다.
모렐은 1945년 2월부터 11월까지 폴란드 남서부 실레지아 지방의 시비엥토흐워비체 수용소 소장이었다. 폴란드 역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보면, 그는 당시 1538명의 독일인과 실레지아 지방 주민들을 학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가족과 친척들을 나치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잃은 모렐은 소련군이 장악한 공산 폴란드에서 시비엥토흐워비체 수용소 소장에 임명됐다. 생존자들은 그가 부임 첫날부터 “내 가족들은 아우슈비츠에서 목숨을 잃었다”며 복수를 공언했다고 말한다. 6천여명의 수감자 중 나치 출신도 없지 않았으나, 독일인 혈통 내지는 독일군 부역 의심자라는 이유로 잡혀온 폴란드인들도 많았다.
그가 한 짓은 나치보다 더했다. 머리를 몽둥이로 내려치고는 즐거워했고, 개들을 훈련시켜 남성들의 고환을 물어뜯도록 했다. 얼음같은 물에 사람들을 몰아넣어 죽게 하고, 풀을 뜯어먹도록 했고, 장티푸스를 퍼뜨리기도 했다. 광산과 제련소에서 강제노동을 시킨 그는 나중에 이를 토대로 ‘죄수노동과 그 중요성’이란 제목의 석사논문을 내기도 했다. 중령으로 예편한 그는 폴란드 공산정권이 무너지고 1990년 바웬사 대통령이 취임해 수용소 문제에 대한 조사를 벌이자 1993년 이스라엘로 도주했다.
1944~47년 폴란드에서는 1255곳의 이른바 ‘탈나치 수용소’에 20여만명이 수용돼, 이 가운데 8만여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된다. 모렐의 범죄 내용은 같은 유대인인 존 색 기자가 쓴 <눈에는 눈:1945년 독일인에 대한 유대인들의 복수에 관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에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는 “모렐과 그의 가족은 나치와 폴란드 협력자들이 저지른 대량학살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이자 희생자들”이라며 모렐을 처벌할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포즈난/임성호 통신원
sunislandsungho@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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