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12.01 18:08 수정 : 2006.04.14 09:59

슈투트가르트 남쪽 뫼링엔에 있는 라이어호프농장에선 어린이들이 직접 유기농의 가치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생태순환 강조 ‘데메터농법’ 전파 활발
가축똥으로 키운 작물 또 가축사료로
품질검사 결과 판매자에 보고하기도

독일에서 유기농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오랜 경제침체 속에서도 유기농산물은 매년 10% 정도의 매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독일에서 유기농산물의 비중은 전체 식료품 소비의 5%나 될 정도로 높다. 이에 따라 카우프란트, 하엘 등 대형 슈퍼마켓 체인들도 최근 유기농 상품 코너를 만들고 있다.

독일 유기농 바람의 중심에는 ‘진짜 유기농’을 고집하는 ‘데메터’라는 유기농협회가 있다. 1952년 결성된 이 데메터협회에는 현재 전국 1350여 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국외에도 전파돼 독일 이외에 전세계 18개국에 협회가 결성됐고, 인도·일본 등 20여국 국가에서 데메터 농법을 활용하는 농가들이 생겨났다.

데메터 유기농법의 특징은 화학 비료나 첨가물, 농약의 사용을 금지하는 일반 유기농법에 머물지 않고, 자연과 인간과 동물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데 있다. 그래서 데메터 농가에선 가축 사육이 필수적이다. 가축의 배설물로 땅을 기름지게 하고 그 땅에서 생산된 곡식과 목초로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생태순환의 법칙을 농사 원칙으로 삼는다. 이런 이유에서 데메터는 유럽연합의 유기농 규정보다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바이오마크는 1992년 유럽연합이 유기농 법령을 정비하면서 고안된 유기농산물 표시 마크이다. 유기농을 선호하는 소비자에 대한 보호가 목적으로 남용되는 유기농 상표에 대한 방지와 검사의 일관성을 통해 생산품에 대한 신뢰와 안전성을 소비자에게 보장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유럽연합의 유기농 관련 법령은 독일의 데메터와 비오란트 등 유기농 협회의 적극적 로비와 정책 제안 속에 이뤄졌다. 관련 법령에 따라 유기농 농가는 생산되는 생산물의 산지와 종자 구입, 경작, 판매에 대한 모든 것을 서류화해야 하고, 1년에 한 번씩 검사를 받고 상품에 바이오 마크를 붙일 수 있다. 유럽연합 법령은 △방사선 사용 △유전자 조작 농산물 △동물의 배설물을 제외한 화학 비료 및 농약 사용 등을 금지하고 △동물 사육시 퇴비 처리를 위해 일정한 농지와 사육시설을 갖출 것과 △유기농으로 생산된 사료에 항생제와 촉진제를 사용하지 말 것 등을 규정하고 있다.

독일 소비자들은 데메터 농산물에 대해 깊은 신뢰를 보낸다. 우테 크라우세(45)는 “데메터가 소비자를 속였다는 얘기는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면서 “조금 비싸긴 하지만 데메터 농산물을 사면서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지원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느낀다”고 말했다.

소비자 신뢰의 뒤에는 무엇보다 엄격한 품질관리가 있다. 슈투트가르트에서 그린슈나벨 유기농판매점을 운영하는 잉에 빅(50)은 “다른 유기농 상표도 취급하지만 데메터처럼 검사 결과와 과정을 판매자에게 보고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한 예로, 전에 터키에서 데메터 농법으로 생산 수입된 실론차에서 화학세제 성분이 검출 돼 반품조처된 적이 있었다. 이후 조사 결과, 터키 공장의 직원이 실수로 유기농 세제가 아닌 일반 화학 세제로 그릇을 씻었던 것이 밝혀졌고 모든 판매매장에 이 사실을 고지했다. 이런 관계가 판매자들이 고객에게 자신을 갖고 데메터의 물건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 소비자 신뢰의 배경이 되고 있다.

데메터농법을 체계화한 사람은 루돌프 슈타이너 박사이다. 그는 식량은 배고픔만을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자연으로부터 얻는 건강하면서도 다양한 힘의 원천이며, 육체적 에너지와 함께 건강한 사고력, 창조력, 사회성을 가져 온다는 생각을 구현할 수 있는 농법을 고안하게 됐다. 슈타이너 박사는 1924년부터 10년 동안 당시 독일 영토였던 현재의 폴란드 서부지역에서 10여 년 동안 시험재배를 통해 데메터농법을 체계화했다.


[통신원리포트] 슈투트가르트 “사람-땅-가축 하나돼야 진짜 유기농이죠”

데메터의 또 다른 강점은 자체 농가경영발전시스템이다. 지역별로 1달에 1번씩 농부들이 모여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현재 어떤 상황인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서로 의논한다. 여름에는 회원들끼리 서로 농가를 방문해 데메터 경작법에 따라 충실히 농사를 짓고 있는지 서로 자연스레 감시하도록 하고 있다. 농한기인 겨울철에는 주제를 정해 전문가를 불러 강연회를 열고 함께 공부도 한다.

이런 시스템은 개별 농가의 경영을 보다 합리화하고 시스템화하는 데만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회원들이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생태 중심의 사고를 하고 애정을 갖고 농산물을 경작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회원들간의 사회적 신뢰관계를 구축하도록 하는 것이다. 땅과 식물, 동물이라는 유기체와 농부라는 인격체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여 조화를 이뤄가고 있는 것이다.

데메터 협회는 △농가와 생산물에 대한 검사조직 △유통자, 농가, 판매자가 함께 의논하는 협의회 △종자 연구 등을 담당하는 연구소 등 세 조직으로 이뤄져 있다. 데메터 연구소는 소비자에게 경영의 투명성을 보여주기 위한 일환으로 발행되는 잡지 외에 유기농 종자를 개발해 데메터 농가들에 나눠주고 있다.

글·사진 슈투트가르트/한귀용 통신원 ariguiyong@hotmail.com

“자연균형 깨질때 공해병 생겨”
데메터협회 상임위원 심펜되르퍼

크리스토프 심펜되르퍼(46)는 데메터협회의 상임위원이자 30㏊ 규모의 데메터 농장을 직접 경영하는 농장주이다.

“자연의 균형은 인간 중심으로만 생각했을 때는 성립되지 않는다. 자연의 균형이 깨졌을 때 자연의 힘을 담은 맛도 사라지고, 각종 공해병이 생기는 것이다.”

데메터협회 상임위원인 크리스토프 심펜되르퍼(46)는 데메터 농법은 인간보다 자연을 우선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슈투트가르트 남쪽 뫼링엔에서 30㏊규모의 데메터농장인 라이어호프을 경영하는 농장주이기도 하다.

1955년 데메터농법을 도입해 이 농장을 운영해 온 장인에게서 1986년 넘겨받아 인부 2명과 함께 소 12마리를 키우고 유기농 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라이어호프 입구에는 부인인 도로테아(52)가 1991년 조그맣게 시작했던 유기농 상점이 지금은 10명의 종업원이 교대로 일하는 규모있는 유기농 전문매장이 자리잡고 있다. 이 가게 역시 데메터 철학대로 강의와 연극,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가 열리는 문화공간으로 개방된다. 2000년에는 그 옆에서 유기농 식당도 열었다. 이 식당 역시 음식 조리나 취급, 처리하는 모든 것을 소비자가 볼 수 있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통신원리포트] 슈투트가르트 “사람-땅-가축 하나돼야 진짜 유기농이죠” 데메터 농법

- 데메터의 유기농은 유럽 연합의 유기농 개념과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차이를 말해 달라.

= 크게 두가지 면에서 다르다. 먼저, 화학첨가물을 불허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식품 첨가물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 유럽연합의 유기농 규정에선 딸기 맛을 내기 위해 천연재료인 감자에서 화학적 과정을 거쳐 추출해낸 ‘자연추출물’을 허용한다. 그러나 데메터는 오직 ‘아로마 엑기스’만을 허용한다. 즉, 딸기 맛을 내기 위해 직접 딸기의 엑기스를 추출한 것이다. 딸기를 먹으려고 할 때 소화기관은 무의식으로 딸기를 소화하려 준비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게 감자에서 나온 것이라면 우리 몸은 착란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두번째는 자연에 대한 이해도이다. 예를 들어 데메터 농가에선 소를 사육하면서 소의 뿔을 제거하는 것을 금지한다. 왜냐면 뿔 역시 소의 기관 중의 하나이고 소가 소화작용을 하는데 뿔 또한 필요하다고 본다. 만약 소에게 뿔이 필요 없다면 진화의 법칙에 따라 스스로 퇴화했을 것이다. 많은 농가에서 뿔을 자르고 사육하는 이유는 서로 상처를 낼 염려가 없어 좁은 장소에서 소들을 더 많이 사육할 수 있다는 인간중심의 이기적 사고방식 때문이다.

- 유기농업의 산업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점에서도 유럽 연합의 유기농 정책과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물론 농사에도 산업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산업화란 위험한 요소를 안고 있다. 우리가 흔히 산업화를 농사의 규모가 커지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산업화의 핵심은 농사의 각 단계가 분업화되고 분업화된 단계별 유기성이 단절되는 것이다. 어떤 농가는 소만 키우고, 어떤 농가는 곡식 농사만 짓고, 어떤 농가는 목초만 생산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식의 산업화가 생산의 극대화와 작업의 단순화를 통한 이윤 창출에 높은 효과를 가져 올 수 있겠지만, 이 방법은 궁극적으로 자연의 순환에 어긋나는 것이다. 소만 사육하는 농가는 소의 배설물 처분하는 과정에서 식수를 오염시킨다. 곡식만을 경작하는 농가는 동물의 배설물에서 나오는 비료가 아니라 화학비료를 쓰게 된다. 또 동물 사육을 위해 사료를 사게 된다. 그러나 그 사료가 유기농산물인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결국 농사의 분업화와 단순화는 환경오염과 각종 농작물의 병을 일으켜 더 많은 농약과 인공비료를 사용하게 한다. 물론 자연의 법칙에 따르는 경작법은 기계농이나 분업농에 비해 더 많은 손길을 필요로 한다. 다만 현재의 독일 상황에선 농업학교의 젊은 학생들 중 반 이상이 유기농에 관심을 갖고 일하려 하기 때문에 오히려 유기농가가 일반 농가에 비해 일손을 구하기 쉬운 편이다.

-근래에 들어 유기농산물을 대형 슈퍼마켓에서 취급하면서 가격이 많이 하락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어떤가?

=물론 유기농품목 전체의 매출은 늘어 났다. 그러나 소규모 유기농 농가에겐 매출의 상승이 이윤의 창출로 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대규모 일반 기업농의 경우는 매출의 상승이 이윤과 연결된다. 남부 독일은 소규모 영세농이 많은 구조이다. 이런 구조에선 일정한 유기농산물 가격이 유지되어야 한다. 그래서 농산물 유통에 있어 주 단위의 제한을 두는 정책을 제안해 놓고 있다. 즉 각 주에서 생산된 유기농산물을 그 주에서 우선적으로 유통시킬 것을 법적으로 보장하자는 것이다.

- 독일 정부의 유기농업에 대한 지원은 상당히 선구적으로 알려져 있다. 실상은 어떤가?

= 90년대 유럽연합의 유기농 법령이 만들어졌을 때 유기농가에 대한 지원정책들이 마련됐다. 독일의 농가 지원정책은 각 주마다 차이가 있다. 바덴부템베르크주의 유기농 농가 진원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이 때문에 90년대 이후 많은 농가가 유기농으로 전환하였다. 이후 유기농 생산이 늘면서 유기농 생산물의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90년대 초 100kg의 유기농 밀은 48유로였으나 지금은 30유로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많은 일꾼들의 임금을 지불해야 하는 유기농가의 재정상태를 어렵게 만들었다.

지난해 발표된 혼하임 대학의 다버트 교수의 연구 결과는 이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유기농가 보조정책이 농지의 규모에 따라 보조금을 달리하기 때문에, 실제 유기농 농가가 받는 보조금은 일반 농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한 농가에서 일하는 사람 수에 따라 보조금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기업농은 점점 일자리를 기계로 대체해 나갈 것이고, 데메터는 그 농법의 성격상 사람의 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유기농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려면 이같은 농경 구조를 파악한 연후에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슈투트가르트/한귀용 통신원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통신원 리포트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