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
[베를린통신] 싼 게 좋은 것, 아니면 비지떡? |
절약을 넘어 ‘인색’하기까지 한 독일의 소비자 풍토가 도마에 올랐다.
발단은 지난달 유통기한을 넘긴 포장육이 상표를 바꿔치기해 대량 판매된 사실이 적발된 사건이었다. 조사결과 지난 한해동안만 이런 식으로 약 60t의 상한 고기들이 유통된 것으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안겨줬다. 이에 대해 문제의 포장육 판매 관계자들은 “고기에 좋지 않은 냄새가 나고, 식욕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건강에는 해롭지 않다”며 변명을 늘어놓았다.
독일 연방정부는 유통상품에 대한 단속과 검사를 강화하겠다는 후속대책을 내놓고 앞으로 규정을 어기는 업체의 책임자에 대해선 벌금형 뿐만 아니라 금고형의 처벌이 가능하도록 법률을 개정해 나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독일연방 호르스트 제호퍼 소비자 보호부 장관은 이런 후속조처를 발표하면서 “이런 육류 스캔들의 원인이 독일인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는 ‘인색함이 멋지다’라는 정서에서 찾을 수 있다”며 저가 상품만을 쫓는 소비 풍토에도 일침을 가했다. 소비자들이 저가 상품만 찾다보니 업자들이 시장에서 살아 남기 위해 편법을 쓰게 됐다는 것이다. 최근 독일에서는 특히 식료품의 저가 현상이 두드러져 우유가 생수보다 싸고, 고급 요리에 사용되는 거위고기가 1㎏에 1유로90센트(약 2500원)에 팔릴 정도이다.
경제 성장 둔화, 실업률 증가와 함께 침체된 사회분위기로 소비심리가 위축되었지만 저가 저가 상품을 파는 디스카운트 슈퍼마켓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싼 제품 찾아서 구입하는 일이 독일인들의 ‘국민스포츠’로 인식될 정도다. 유기농과 건강 식생활 붐이 일고 있지만 국민 대다수는 유기농 식품이 훨씬 비싸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해 완전히 대중화되지 못했다. 독일 주간지 <차이트>는 절약보다 더한 인색함이 미덕으로 인식되고, 맛을 즐기며 먹는 식생활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현 세태를 개탄했다.
독일인의 의식을 지배하게 된 ‘인색함이 멋지다’는 말은 원래 가전제품 판매체인인 메디아 마르크트, 자툰이 몇년에 시작한 광고문구였다. 독일인의 절약 정신을 정당화하는 이 슬로건은 히트를 치면서 지금까지도 광고에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판매체인은 최근 가전제품의 에너지 소모의 양을 규정에 따라 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독일환경보호단체(DUH)에 의해 최근 베를린 지방법원에 제소됐다.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저가가전제품은 결국 에너지 낭비와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게 이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독일환경보호단체(DUH)의 위르겐 레쉬 의장은 “식료품 가격이 낮아지면서 지금과 같은 부패 육류와 농약채소와 과일이 시장에 넘쳐나고 있다”면서 “‘싼 게 미덕’이라는 소비풍토는 우리의 건강을 해치고 환경을 황폐화시키며, 장기적으로는 진짜 비용이 많은 드는 것”이라며 말했다.글·사진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juyeon@gmx.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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