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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6.14 21:15 수정 : 2009.09.14 15:52

김도형 특파원

일본에서 생활하다 보면 새삼 북한과 일본의 관계를 생각할 때가 많다.

비교적 신중하고 냉정한 편인 일본 사람들이나 정부·언론도 북한과 관련한 이야기만 나오면 완전 딴판이 된다. 대북 여론몰이를 주도하는 쪽은 역시 언론이다. 11일치 신문 사설 제목만 봐도 ‘위기에 대한 결속을 무너뜨리지 마’(<아사히신문>) ‘포위망으로 폭주 멈춰라’(<도쿄신문>) 등 비교적 진보 성향의 신문마저 북한에 대한 강경대응 주문 일색이다.

특히 방송은 정도가 심한 편이다. 출연자 중에는 “북한은 망해도 좋은 나라”라는 식의 초강경 발언을 하는 이도 눈에 띈다. 거의 매일 빠짐없이 방송되는 북한 관련 뉴스를 보면, 차분한 분석 보도도 간혹 눈에 띄지만 흥미 본위가 대부분이다. 도쿄의 한 외교소식통은 10일 발생한 <티브이 아사히>의 북한 김정일 위원장 3남 김정운씨의 ‘최신 사진’ 오보 소동에 대해 “일본 방송이 북한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언론의 대북 강경자세는 기본적으로 국민 여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70~80%의 일본 국민이 대북 강경제재에 찬성한다. 일본의 대북한 국민감정은 납치문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 납치문제 해결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언론은 더욱 일본 국민의 ‘피해자 감정’에 불을 지피고 있다. 여기에 최근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와 제2차 핵실험까지 감행하자, 대북 선제공격이 가능한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론까지 자민당에서 공론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때 대북 강경제재를 주장했던 ‘북한납치피해자가족연락회’(가족회)의 하스이케 도루(54) 전 사무국장은 이런 일본 사회 분위기를 우려한다. 최근 <납치, 좌우의 울타리를 넘은 투쟁으로>라는 책에서 대화를 통한 납치문제 해결을 주창해 일본 사회에 파문을 일으킨 그는 지난 2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일본 언론의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방송사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납치문제가 왜 해결되지 않는지 냉정하게 따질 수 있는 검증 프로그램을 만들어달라고 이야기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시청률이 나오지 않고 정부를 거스를 수 없어 그런 것 같다. 일본 방송사는 북한 뉴스를 진기한 국가, 이상한 국가라는 식의 엔터테인먼트(오락)로 다루고 있다.”

그는 일본 정부의 책임론도 강하게 주장했다. 2002년 9월17일 북한과 일본 정부가 핵, 미사일과 납치문제, 식민지 과거 청산을 포괄적으로 해결하자는 ‘평양선언’에 서명했다. 이후 양국 정부 사이에 여러 합의사항이 있었으나 해결에 이르지 못한 데는 북한뿐 아니라 단기적 정치적 성과에 급급하다 외려 국민 여론의 반발을 산 끝에 합의사항을 어기고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여론에 끌려다니는 일본 정부의 전략 부재도 있다는 것이다.

그의 동생으로 대학 3학년 때 북한에 납치됐다 24년 만인 2002년 귀국한 하스이케 가오루(52·니가타산업대 전임강사·한국어 번역가)도 마찬가지다. 그는 한겨레의 인터뷰 요청을 거듭 고사하다가 납치 문제는 이야기하지 않는 조건으로 2007년 인터뷰에 응한 적이 있다. 그는 북-일 정부의 합의로 일본에 일시 귀국한 뒤 북한에 돌아가겠다고 했다가 형의 강력한 만류를 받고 “일본의 가족을 택할 것이냐, 북한에 남아 있는 아이들을 택할 것이냐”를 놓고 인간적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일본 영주귀국을 결심했다고 한다.

납치의 아픔과 가족 이산의 비극을 몸소 체험한 이들 당사자 2명의 대북 해법이 성과를 내길 기대한다.

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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