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특파원 3개월이 남았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초의 일이다. 그러니 3개월의 시한은 벌써 절반이 넘게 지나갔다. 마크 세던 뉴욕 컬럼비아대 국제관계 객원교수가 지난달 4일(현지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에 기고한 글이 일파만파를 일으켰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정지시키기 위해 행동할 수 있는 시한이 “3개월”이라고 얘기했다는 것이다. 대북 강경 매파로 꼽히는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의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의 말을 전하는 형식이었다. ‘전언의 전언’을 두고 일부 국내 언론들은 3개월이라는 ‘데드라인’이 지나면 미국이 북한을 선제타격할 수 있다며 위기감을 끌어올렸다. 나중에는 인용도 출처도 밝히지 않고 그냥 기정사실화하며 ‘우리 정부는 한가하게 뭐 하냐’고 대놓고 비판했다. 그 중앙정보국의 수장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장이 지난 22일 미국 <시비에스>(CBS) 방송 인터뷰에서 ‘한방’ 먹었다. 진행자가 ‘김정은이 미 영토에 핵 공격할 능력에 얼마나 가까워졌느냐’고 묻자, 폼페이오 국장은 “몇개월 정도”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진행자가 ‘6개월여 전에도 똑같은 발언을 했다”고 파고들자, 폼페이오 국장은 “사실이다”라고 인정했다. 그는 이어 “나는 지금부터 1년 뒤에도 그 말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미국 행정부는 그 시한을 연장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빠져나갔다. 폼페이오 국장은 하루 뒤인 23일 미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에서 공개강연을 하면서 15분 정도의 머리발언 속에 전날 방송 인터뷰에서 한 발언을 다시 해명했다. 그는 “몇달 전에도 똑같은 말을 했다”고 인정한 뒤 “1년 뒤에도 북한이 그런 능력을 갖추기까지는 몇달 남지 않았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도록 우리가 부지런히 일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몇개월’이라는 시한은 북한 핵·미사일 개발의 빠른 속도를 강조하기 위한 수사적 표현이었음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질의응답 과정에선 정반대 각도의 질문이 나왔다. ‘일년 뒤에도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 완성까지) 몇개월 남았다고 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냐’는 것이었다. 미국의 북핵 정책 목표가 ‘비핵화’가 아니라 ‘동결’이냐는 취지의 질문이다. 그러자 폼페이오 국장은 “아니다. 미국의 정책은 항구적으로 비핵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는 종종 시한에 초점을 맞춘다. 그게 단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가 사안을 검토하는 방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내부적으로도 ‘시한’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3개월’ 혹은 ‘몇개월’이라는 시한에 폼페이오 국장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질문이 이어진 까닭은 간단하다. 정보기관의 생명은 신뢰인데, 폼페이오 국장의 발언은 ‘양치기 소년’처럼 중앙정보국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을 수 있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폼페이오 국장도 결국 ‘모르는 것과 알아야 하는 것’ 사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12개월 전보다는 더 나은 위치에 있지만 여전히 그 간격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지난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진행됐다는 점에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앙정보국이라도 북한의 기술적 완성 시간표를 ‘월 단위’로 평가할 수는 없다. 폼페이오 국장의 진짜 속내는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 수단을 통해 (북핵)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한다. 그것이 초점이다. 365일 동안 일관되게 그래 왔고 지금도 그렇다”고 한 발언에 있을지 모른다. 최소한 그것이 대북 강경파로 알려졌던 폼페이오 국장의 입에서 나온 진짜 ‘뉴스’였다. yyi@hani.co.kr
칼럼 |
[특파원 칼럼] ‘북핵 시한’ 3개월의 비밀 / 이용인 |
워싱턴 특파원 3개월이 남았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초의 일이다. 그러니 3개월의 시한은 벌써 절반이 넘게 지나갔다. 마크 세던 뉴욕 컬럼비아대 국제관계 객원교수가 지난달 4일(현지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에 기고한 글이 일파만파를 일으켰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정지시키기 위해 행동할 수 있는 시한이 “3개월”이라고 얘기했다는 것이다. 대북 강경 매파로 꼽히는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의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의 말을 전하는 형식이었다. ‘전언의 전언’을 두고 일부 국내 언론들은 3개월이라는 ‘데드라인’이 지나면 미국이 북한을 선제타격할 수 있다며 위기감을 끌어올렸다. 나중에는 인용도 출처도 밝히지 않고 그냥 기정사실화하며 ‘우리 정부는 한가하게 뭐 하냐’고 대놓고 비판했다. 그 중앙정보국의 수장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장이 지난 22일 미국 <시비에스>(CBS) 방송 인터뷰에서 ‘한방’ 먹었다. 진행자가 ‘김정은이 미 영토에 핵 공격할 능력에 얼마나 가까워졌느냐’고 묻자, 폼페이오 국장은 “몇개월 정도”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진행자가 ‘6개월여 전에도 똑같은 발언을 했다”고 파고들자, 폼페이오 국장은 “사실이다”라고 인정했다. 그는 이어 “나는 지금부터 1년 뒤에도 그 말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미국 행정부는 그 시한을 연장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빠져나갔다. 폼페이오 국장은 하루 뒤인 23일 미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에서 공개강연을 하면서 15분 정도의 머리발언 속에 전날 방송 인터뷰에서 한 발언을 다시 해명했다. 그는 “몇달 전에도 똑같은 말을 했다”고 인정한 뒤 “1년 뒤에도 북한이 그런 능력을 갖추기까지는 몇달 남지 않았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도록 우리가 부지런히 일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몇개월’이라는 시한은 북한 핵·미사일 개발의 빠른 속도를 강조하기 위한 수사적 표현이었음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질의응답 과정에선 정반대 각도의 질문이 나왔다. ‘일년 뒤에도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 완성까지) 몇개월 남았다고 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냐’는 것이었다. 미국의 북핵 정책 목표가 ‘비핵화’가 아니라 ‘동결’이냐는 취지의 질문이다. 그러자 폼페이오 국장은 “아니다. 미국의 정책은 항구적으로 비핵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는 종종 시한에 초점을 맞춘다. 그게 단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가 사안을 검토하는 방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내부적으로도 ‘시한’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3개월’ 혹은 ‘몇개월’이라는 시한에 폼페이오 국장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질문이 이어진 까닭은 간단하다. 정보기관의 생명은 신뢰인데, 폼페이오 국장의 발언은 ‘양치기 소년’처럼 중앙정보국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을 수 있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폼페이오 국장도 결국 ‘모르는 것과 알아야 하는 것’ 사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12개월 전보다는 더 나은 위치에 있지만 여전히 그 간격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지난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진행됐다는 점에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앙정보국이라도 북한의 기술적 완성 시간표를 ‘월 단위’로 평가할 수는 없다. 폼페이오 국장의 진짜 속내는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 수단을 통해 (북핵)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한다. 그것이 초점이다. 365일 동안 일관되게 그래 왔고 지금도 그렇다”고 한 발언에 있을지 모른다. 최소한 그것이 대북 강경파로 알려졌던 폼페이오 국장의 입에서 나온 진짜 ‘뉴스’였다.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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