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특파원 ‘평화의 소녀상’(소녀상)은 지금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아이치예술문화센터 8층 전시장 임시 벽 뒤에 놓여 있다. 일본 최대 규모 국제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트리엔날레)를 주최한 아이치현이 지난 3일 오후 소녀상이 출품된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기획전시 전체를 중지시켰기 때문이다. 소녀상을 포함해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에 출품됐던 전시품들은 모두 임시 벽 뒤에 그대로 있다.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기획전시 실행위원인 오카모토 유카는 지난 7일 소녀상 옆에 놓인 의자 사진을 올렸다. 오카모토 위원은 페이스북에 사진과 함께 올린 글에서 “평화의 소녀상 옆에는 빈 의자가 놓여 있습니다. (전시가 진행된 1일부터 3일까지) 사흘 동안 이 의자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앉았는지요”라며 “이 의자에 앉은 사람들 마음을 함께 생각해 (전시) 재개를 실현합시다. 벽 건너편 전시회장은 아직 (전시 때) 그대로입니다”라고 적었다. 그랬다. 김운성·김서경 작가 부부는 소녀상 옆에 놓인 의자 밑에 “옆에 앉아 보세요. 손을 잡아 주세요. 평화를 향한 생각이 넓어지기를 기도합니다”라는 글을 적어 놓았다. 전시 첫날인 지난 1일 찾은 나고야 아이치예술문화센터에서 소녀상 옆 의자에 아이들, 20대 남성과 여성 등 많은 일본 시민들이 앉아보는 것을 봤다. 120㎝ 소녀상 옆에 앉아 소녀상과 눈높이를 맞춰서 바라보는 관람객들이 눈에 띄었다. 전시 사흘째인 3일에는 100명가량이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를 보기 위해서 줄을 섰다고 한다. 소녀상에 종이봉지를 씌워 모욕한 사람도 있었지만 다른 일본인 관람객이 무슨 짓이냐며 제지했다고 한다. 3일 전시장을 찾았다는 한 남성은 “1시간 이상 줄을 서야 해서 다음날 보자 하고 돌아섰는데 결국 전시를 보지 못했다”고 씁쓸하게 말하기도 했다. 이 전시는 일본 시민들의 지난한 노력을 거쳐 성사됐다. 쓰다 다이스케 트리엔날레 예술감독이 2015년 도쿄의 작은 갤러리에서 전시됐던 ‘표현의 부자유전’의 후속 전시를 이번 트리엔날레 프로그램 중 하나로 넣자고 제안한 것이 올해 초였다. 2015년 전시를 주도했던 실행위원들과 아이치현 쪽의 오랜 교섭 끝에,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소녀상과 같은 형태의 소녀상을 평화비까지 갖춰 온전하게 전시할 수 있었다. 그 자체로 의미 있고 ‘기념비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소녀상 전시를 처음 취재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도쿄에서 나고야로 가는 기차를 탔을 때도 과연 ‘끝까지 전시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소녀상이 일본에서 대표적 금기에 속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1일 전시 개막 첫날에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에 출품된 전시품을 봤을 때도 걱정이 더해졌다. 전시품 중에는 일본에서 절대 금기라고 할 수 있는 ‘천황제’ 관련 내용도 있었다. 일왕 사진이 불타오르는 듯한 모습을 표현한 작품도 있었다. 실제로 아이치현 쪽에 항의가 집중된 작품은 소녀상과 ‘천황제’ 관련 작품들이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어렵게 전시가 성사됐는데 끝까지 전시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버릴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도 기대한다. 올해 트리엔날레 전시는 10월14일까지 이어진다. 물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비를 강화하는 등의 추가 대책은 세워야겠지만, 소녀상과 시민들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생겼으면 한다. 소녀상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아 소녀상과 눈높이를 맞추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garden@hani.co.kr
칼럼 |
[특파원 칼럼] 소녀상 옆 의자에 다시 앉을 수 있을까 / 조기원 |
도쿄 특파원 ‘평화의 소녀상’(소녀상)은 지금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아이치예술문화센터 8층 전시장 임시 벽 뒤에 놓여 있다. 일본 최대 규모 국제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트리엔날레)를 주최한 아이치현이 지난 3일 오후 소녀상이 출품된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기획전시 전체를 중지시켰기 때문이다. 소녀상을 포함해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에 출품됐던 전시품들은 모두 임시 벽 뒤에 그대로 있다.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기획전시 실행위원인 오카모토 유카는 지난 7일 소녀상 옆에 놓인 의자 사진을 올렸다. 오카모토 위원은 페이스북에 사진과 함께 올린 글에서 “평화의 소녀상 옆에는 빈 의자가 놓여 있습니다. (전시가 진행된 1일부터 3일까지) 사흘 동안 이 의자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앉았는지요”라며 “이 의자에 앉은 사람들 마음을 함께 생각해 (전시) 재개를 실현합시다. 벽 건너편 전시회장은 아직 (전시 때) 그대로입니다”라고 적었다. 그랬다. 김운성·김서경 작가 부부는 소녀상 옆에 놓인 의자 밑에 “옆에 앉아 보세요. 손을 잡아 주세요. 평화를 향한 생각이 넓어지기를 기도합니다”라는 글을 적어 놓았다. 전시 첫날인 지난 1일 찾은 나고야 아이치예술문화센터에서 소녀상 옆 의자에 아이들, 20대 남성과 여성 등 많은 일본 시민들이 앉아보는 것을 봤다. 120㎝ 소녀상 옆에 앉아 소녀상과 눈높이를 맞춰서 바라보는 관람객들이 눈에 띄었다. 전시 사흘째인 3일에는 100명가량이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를 보기 위해서 줄을 섰다고 한다. 소녀상에 종이봉지를 씌워 모욕한 사람도 있었지만 다른 일본인 관람객이 무슨 짓이냐며 제지했다고 한다. 3일 전시장을 찾았다는 한 남성은 “1시간 이상 줄을 서야 해서 다음날 보자 하고 돌아섰는데 결국 전시를 보지 못했다”고 씁쓸하게 말하기도 했다. 이 전시는 일본 시민들의 지난한 노력을 거쳐 성사됐다. 쓰다 다이스케 트리엔날레 예술감독이 2015년 도쿄의 작은 갤러리에서 전시됐던 ‘표현의 부자유전’의 후속 전시를 이번 트리엔날레 프로그램 중 하나로 넣자고 제안한 것이 올해 초였다. 2015년 전시를 주도했던 실행위원들과 아이치현 쪽의 오랜 교섭 끝에,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소녀상과 같은 형태의 소녀상을 평화비까지 갖춰 온전하게 전시할 수 있었다. 그 자체로 의미 있고 ‘기념비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소녀상 전시를 처음 취재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도쿄에서 나고야로 가는 기차를 탔을 때도 과연 ‘끝까지 전시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소녀상이 일본에서 대표적 금기에 속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1일 전시 개막 첫날에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에 출품된 전시품을 봤을 때도 걱정이 더해졌다. 전시품 중에는 일본에서 절대 금기라고 할 수 있는 ‘천황제’ 관련 내용도 있었다. 일왕 사진이 불타오르는 듯한 모습을 표현한 작품도 있었다. 실제로 아이치현 쪽에 항의가 집중된 작품은 소녀상과 ‘천황제’ 관련 작품들이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어렵게 전시가 성사됐는데 끝까지 전시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버릴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도 기대한다. 올해 트리엔날레 전시는 10월14일까지 이어진다. 물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비를 강화하는 등의 추가 대책은 세워야겠지만, 소녀상과 시민들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생겼으면 한다. 소녀상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아 소녀상과 눈높이를 맞추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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