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가 처음 나온 건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시절인 2016년 3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로 알려져 있다. 그는 자신의 정책이 “고립주의 아니냐”는 질문에 “나는 고립주의자가 아니라 아메리카 퍼스트”라며 “그 표현이 좋다. 나는 아메리카 퍼스트”라고 말했다. 미국 우선주의는 그길로 트럼프의 캠페인 슬로건이 됐고, 2017년 1월 취임사에 핵심 기조로 반영돼 지금까지 트럼프 국정운영의 근간으로 작동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가 트럼프의 독창적 작품은 아니다. 1910년대 민주당의 우드로 윌슨 대통령과 1920년대 공화당의 워런 하딩 대통령이 이를 내건 바 있다. 가장 최근에는 2000년 대선 때 개혁당의 팻 뷰캐넌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웠다. 뷰캐넌은 자유무역을 반대하고 인종주의 발언을 쏟아내며 강력한 국경 장벽을 짓겠다고 했다. 역설적인 것은, 현재 이런 기조를 그대로 이행하고 있는 트럼프가 당시 개혁당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뷰캐넌과 겨뤘고, 경선을 포기하며 뷰캐넌을 “히틀러 숭배자”라고 비난했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알다시피, 트럼프는 이런 과거 따위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는 사업가 출신답게 재빠르게 미국 우선주의를 자기 걸로 만들어 미국 대통령이 되어, 집권 2년7개월 동안 전세계를 격랑에 몰아넣었다. 이민·무역·외교·국방 등 모든 분야에서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에 놓는다는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의 전통적 가치로 여겨졌던 다양성과 포용을 퇴보시키고 있고, 세계 속 미국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기존 개념을 걷어차고 있다. 미국은 안팎으로 적대와 배제, 방관을 키우는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이민 문턱을 높이고, 기존의 국제기구·협약을 깨고 있으며, 세계를 돌며 각종 청구서를 들이민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의 초점은 결국 ‘돈’이다. 이런 트럼프의 입에서 나오는 동맹 무시 발언들은 더는 놀랍지도 않은 지경이 됐다. 그는 지난 9일 대선자금 모금행사에서 “브루클린의 임대아파트에서 114.13달러를 받는 것보다 한국에서 10억달러를 얻는 게 더 쉬웠다”며 문재인 대통령 말투까지 흉내 냈다고 한다. 트럼프에게 주한미군은 한국을 지켜주느라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는 사업이고,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그저 돈 많이 들고 쓸데없는 워게임일 뿐이다. 그는 지난해 10월에는 대북제재 해제와 관련해 “그들(한국)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트럼프가 이런 식이니 북한 외무성 국장이 “우리가 대화에 나간다고 해도 조미(북-미) 사이에 열리는 것이지 북남대화는 아니라는 것을 똑바로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나오는 것이다. 트럼프 스스로 한-미 동맹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트럼프는 한-일 갈등에도 “한국과 일본은 늘 싸운다. 서로 잘 지내기 바란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다름 아니라 “우리(미국)를 매우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그는 홍콩 사태도 방관하다 비판이 일자 뒤늦게 관심을 보였다. 이런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한계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이 최근 중국에 추가 관세 부과를 3개월여 연기한 것에서 보듯이, 세계는 트럼프가 엄포를 놨다가 뒤로 빼는 장면들을 목격해가고 있다. 또 각 나라들은 미국 의존적 태도에서 벗어나 각자 생존할 길을 고민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미국의 영향력 감소라고 볼 수도 있고 미국 무시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가 트럼프의 재집권에도 기여할지는 모르겠으나 그게 과연 미국에, 세계에 좋은 것일까. jaybee@hani.co.kr
칼럼 |
[특파원 칼럼] 트럼프를 위한 ‘아메리카 퍼스트’ / 황준범 |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가 처음 나온 건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시절인 2016년 3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로 알려져 있다. 그는 자신의 정책이 “고립주의 아니냐”는 질문에 “나는 고립주의자가 아니라 아메리카 퍼스트”라며 “그 표현이 좋다. 나는 아메리카 퍼스트”라고 말했다. 미국 우선주의는 그길로 트럼프의 캠페인 슬로건이 됐고, 2017년 1월 취임사에 핵심 기조로 반영돼 지금까지 트럼프 국정운영의 근간으로 작동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가 트럼프의 독창적 작품은 아니다. 1910년대 민주당의 우드로 윌슨 대통령과 1920년대 공화당의 워런 하딩 대통령이 이를 내건 바 있다. 가장 최근에는 2000년 대선 때 개혁당의 팻 뷰캐넌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웠다. 뷰캐넌은 자유무역을 반대하고 인종주의 발언을 쏟아내며 강력한 국경 장벽을 짓겠다고 했다. 역설적인 것은, 현재 이런 기조를 그대로 이행하고 있는 트럼프가 당시 개혁당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뷰캐넌과 겨뤘고, 경선을 포기하며 뷰캐넌을 “히틀러 숭배자”라고 비난했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알다시피, 트럼프는 이런 과거 따위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는 사업가 출신답게 재빠르게 미국 우선주의를 자기 걸로 만들어 미국 대통령이 되어, 집권 2년7개월 동안 전세계를 격랑에 몰아넣었다. 이민·무역·외교·국방 등 모든 분야에서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에 놓는다는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의 전통적 가치로 여겨졌던 다양성과 포용을 퇴보시키고 있고, 세계 속 미국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기존 개념을 걷어차고 있다. 미국은 안팎으로 적대와 배제, 방관을 키우는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이민 문턱을 높이고, 기존의 국제기구·협약을 깨고 있으며, 세계를 돌며 각종 청구서를 들이민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의 초점은 결국 ‘돈’이다. 이런 트럼프의 입에서 나오는 동맹 무시 발언들은 더는 놀랍지도 않은 지경이 됐다. 그는 지난 9일 대선자금 모금행사에서 “브루클린의 임대아파트에서 114.13달러를 받는 것보다 한국에서 10억달러를 얻는 게 더 쉬웠다”며 문재인 대통령 말투까지 흉내 냈다고 한다. 트럼프에게 주한미군은 한국을 지켜주느라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는 사업이고,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그저 돈 많이 들고 쓸데없는 워게임일 뿐이다. 그는 지난해 10월에는 대북제재 해제와 관련해 “그들(한국)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트럼프가 이런 식이니 북한 외무성 국장이 “우리가 대화에 나간다고 해도 조미(북-미) 사이에 열리는 것이지 북남대화는 아니라는 것을 똑바로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나오는 것이다. 트럼프 스스로 한-미 동맹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트럼프는 한-일 갈등에도 “한국과 일본은 늘 싸운다. 서로 잘 지내기 바란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다름 아니라 “우리(미국)를 매우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그는 홍콩 사태도 방관하다 비판이 일자 뒤늦게 관심을 보였다. 이런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한계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이 최근 중국에 추가 관세 부과를 3개월여 연기한 것에서 보듯이, 세계는 트럼프가 엄포를 놨다가 뒤로 빼는 장면들을 목격해가고 있다. 또 각 나라들은 미국 의존적 태도에서 벗어나 각자 생존할 길을 고민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미국의 영향력 감소라고 볼 수도 있고 미국 무시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가 트럼프의 재집권에도 기여할지는 모르겠으나 그게 과연 미국에, 세계에 좋은 것일까.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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