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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9.07 19:20 수정 : 2011.09.07 19:20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르네상스 시대의 지적 업적을 하나의 키워드로 표현한다면 ‘휴머니즘’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역사 속의 거창한 용어들이 그렇듯, 이 단어에 대해서도 대여섯개 정도의 해석이 저마다 옳다고 경합하고 있다. 하지만 르네상스 시대 최고의 휴머니스트로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를 꼽는다면 대부분이 긍정의 표시로 목을 끄덕일 것이다. 페트라르카는 라우라라는 여인에게 바친 소네트로 유명하다. 그것은 훗날 셰익스피어의 소네트의 전범이 되었다. 그렇지만 사실 페트라르카는 학자와 문필가와 문헌 발굴자로서 업적이 더 두드러진다.

한편 페트라르카는 최초의 산악인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 이전에도 산에 오른 사람이 없었을까마는, 단지 광경을 보는 즐거움을 위해 산에 올라 그 기록을 남겼기에 그런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1336년 4월26일 페트라르카는 동생과 두 하인을 데리고 몽방투에 올랐다. 산 이름의 어원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지만 ‘바람 산’ 정도로 이해해도 무리는 없을 듯하다. 우여곡절 끝에 정상에 오른 그는 서쪽으로 프랑스와 에스파냐를 가르는 피레네 산맥과 리옹 주변의 야트막한 야산과 남쪽으로 마르세유 만에 부서지는 지중해의 파도와 흘러가는 론강을 바라보며 즐겼다.

지상의 광경뿐 아니라 하늘을 바라보며 넋을 놓고 있던 그는 갑자기 어떤 경외심에 사로잡혀, 갖고 다니던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꺼냈다. 펼쳐진 책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사람들은 높은 산과 바다의 거센 파도와 넓게 흐르는 강과 별들을 보며 놀라지만, 스스로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놀라움에 얼굴을 붉히며 내려올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경이롭다 하더라도 세속의 사물인데, 그보다 더 소중한 내면의 영혼을 돌보지 않은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었다.

이곳에선 무엇이든 해보지 않은 것이 없는 통수권자가 문제다. 그렇지만 하나만은 묻고 싶다. 내면의 영혼은 들여다보았을까?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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