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1.10.05 19:24 수정 : 2011.10.05 19:24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영화로도 만들어진 이청준의 소설 <서편제>에는 딸의 소리에 한을 불어넣기 위해 딸의 눈을 멀도록 만드는 아버지가 등장한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한국의 정서인 한이 소리에 절절히 맺히도록 아버지는 딸의 눈이 보이지 않도록 만들고, 죄책감에 시달린다. 소설과 영화의 내용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지라도, 그 작품들은 각기 용서와 화해라는 주제를 어느 정도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그려내고 있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인물로 손색이 없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맥락은 다르지만 그와 비슷한 문제를 제기한다. 그는 ‘어떤 사람이 신에 대한 지식에 침투하는 수단인 정신적 명상의 안정성과 섬세함을 시각이 저해한다고 생각하여 스스로 눈을 멀게 만들겠다고 결심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묻는다. 다빈치의 대답은 명쾌하고 경쾌하다. 감각의 제왕인 눈은 오히려 혼돈과 기만을 제압하여 소란스러운 논란을 벗어나 참된 진리로 이르게 만든다는 것이다. 청각도 마찬가지로 화음을 추구하기 때문에 오히려 거슬리는 소리를 더 예민하게 느껴 현실 세계를 더 정확하게 파악하도록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다빈치는 이렇게 주문할 뿐이다. 눈에 보이는 세계가 번잡해서 깊은 생각을 방해한다면, 그 번잡함이 사라질 때까지 눈을 감고 있으면 되지 않느냐고.

다빈치가 우리에게 전하는 교훈이란 우리는 우리의 감각기관을 통해 인식할 수 있는 것만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진리이다. 이것은 아직 충분히 발전하지 않은 단계의 경험론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러한 초기의 경험론조차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초유의 정전 사태가 있었다. 예비전력 확보와 관련된 불찰은 물론 고의가 의심되는 과실이 있었던 것이 밝혀졌는데도 한 국회의원은 북한의 짓이라고 단정했었다. 주적으로 보건 동포로 보건, 눈에 보이는 대로 구체적으로 대처해야 할 실체가 이렇게 추상적인 개념으로 바뀐다. 그리고 이용된다.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조한욱의 서양사람(史覽)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