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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성인과 죄인

등록 2012-11-21 19:27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3세기 말 로마제국에 위기가 닥쳤다. 인구가 감소하고 외적이 침입해오는데 군부에서는 황제 자리를 놓고 다툼만 벌였다.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제국의 분할 통치 및 세제와 관료제의 개혁으로 그 위기에 잘 대처한 황제였다. 하지만 그는 기독교도에 대한 마지막 큰 박해를 자행한 일로 악명 높다. 제국 전역에서 기독교도의 예배 모임을 금지시켰다. 교회를 부수고 성서를 태웠다. 혀를 뽑힌 성직자도, 밧줄에 묶여 매달린 채 약한 불에 그을린 관료도 있었다. 그러나 기독교를 버리고 전통적 종교를 믿으라는 강압은 역의 결과를 불러왔다. 순교자들의 희생은 신앙심을 강화시켰을 뿐이었다.

박해는 결코 예상치 못했던 결과도 초래했다. 아프리카 속주의 총독은 기독교도들에게 관대하게 대했다. 그는 기독교 신앙을 버리는 증거로 성서만 넘긴다면 불문에 부치겠다고 했다. 성직자를 포함해 꽤 많은 기독교도가 이 편리한 제안을 받아들였다. 문제는 콘스탄티누스가 황제에 올라 기독교를 용인하며 발생했다. 엄격한 신앙을 강조하던 이들이 박해의 시절에 성서를 넘겨준 사람들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성서를 넘겨준 ‘양도자’라는 낙인을 그들에게 찍으며, 교회는 ‘죄인’이 아닌 ‘성인’의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그 이유란 기독교도가 되어 영혼의 구제를 받으려는 입문식인 세례 같은 성사를 ‘죄인’들이 주관하면 그 효능이 무효가 된다는 것이었다.

당시 북아프리카의 카르타고에 ‘양도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주교로 임명되자 그에 반대한 도나투스의 이름을 따 이것을 도나투스 논쟁이라고 부른다. 가톨릭 교회에서는 성사의 효능이란 개별적 성직자의 행위가 아니라 교회법에 따라 임명된 성직자의 직책에서 오는 것이라 명하며 도나투스파를 정죄했다.

영혼 구제의 문제가 쟁점이었기에 이것은 종교 논쟁으로 보인다. 반면 현실 세계의 복을 갈구하는 자들과 시혜한다는 이들의 기도는 왜 종교적으로 보이지 않는 걸까?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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