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2.12 18:48
수정 : 2012.12.12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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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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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하려던 시절 영국인이면서 미국의 독립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인물이 있었다. 토머스 페인은 <상식>이라는 소책자를 통해 미국이 독립국이 되어야 할 당위성을 설파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라틴어 문구를 빼고 평이한 말로 쓴 그 책은 출간된 그해에 50만부가 팔려나갔다. 식민지 인구가 300만에 불과하던 당시 그것은 경이적인 숫자였다.
그는 입헌군주제를 위한 로크의 이론을 설명하면서 그것보다 더 나아갔다. 로크는 의회에서 법을 만들고 왕이 그것을 실행하는 체제에서 왕의 권한은 제한을 받기에 독재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페인에 따르면 왕이 존재하는 한 권력이란 그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크기에 입헌군주제도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영국의 지배에 저항하는 식민지인들이 공감할 논리를 쉽게 풀어냈다. 섬이 대륙을 지배하는 것은 부조리하다. 미국은 유럽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모인 곳이기에 대영제국의 일부가 아니다. 영국이 모국이라고 인정하더라도 ‘자식’을 그렇게 냉혹하게 차별하는 어머니는 자격이 없다. 이런 논리들이 독립을 원하는 계몽된 식민지 주민들에게 크게 호소하여 그 책이 그리도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그는 이 <상식>이라는 책자로부터 얻은 인세 전액을 조지 워싱턴의 독립군에 기부하여 자신의 ‘상식’을 지켰다. 그 행동이 자신의 명예를 더욱 높이리라는 것이었다. 이런 행동이 바탕이 되어 미국은 왕이 아니라 선출된 대통령이 다스리는 민주공화국을 수립했다. 그것이 독립을 쟁취하려는 미국의 전쟁을 독립 ‘혁명’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랑케는 이것이 세계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의 하나라고 말했다.
곧 있을 대선은 상식과 몰상식의 싸움이다. 가진 자들이 없는 자들을 핍박하고, 정부가 개입하여 양심과 학문의 자유를 짓밟고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 몰상식이다. 부디 건전한 상식이 몰상식을 몰아내기를 염원한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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