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1.23 19:22
수정 : 2013.01.23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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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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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한 작가가 명문장가가 되려면 자신이 속한 시대의 문제점을 꿰뚫어 예리하게 직시하면서도 동시대인들의 아픔을 보듬어주어야 한다. 게다가 그가 표현하는 것은 세월이나 국경, 인종이나 성별을 초월하여 누구든 공감하도록 보편적 감흥을 주어야 한다. 그런 저작이 ‘고전’의 반열에 오른다.
로마 시대의 역사가 타키투스가 그러했다. 이미 이 칼럼을 통해 그를 소개한 바 있다. 그 글에선 뛰어난 글솜씨를 언급하기만 했고, 도덕적 교훈을 전하려는 역사가의 면모에 초점을 맞췄다. 이제 내란과 음모로 가득 찼던 시기를 몸소 겪으며 병폐를 진단했던 타키투스의 문장을 살펴볼 차례다. 그의 글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온갖 모습을 노출시키며 폐부를 찌른다. 인간의 심리에 대한 명석한 통찰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로마 제국의 건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약탈하고 학살하고 도적질하는 것, 그런 것을 그들은 제국이라 말한다. 그 뒤에 남은 황폐함을 평화라 말한다.” 그래서 그에게 “나쁜 평화는 전쟁만도 못하다.” 그렇게 건설한 국가가 “타락할수록 법이 많아진다.” 당연한 일이다. 타락하여 대중의 동의와 지지를 얻지 못하는 부패한 체제에서는 자신들의 의도를 관철시키기 위해 항시 새로운 법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국가에서는 “사려 깊지 못한 몇몇 사람들의 주도로, 더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모두의 수동적 묵인 아래 경악스러운 범죄가 저질러진다.” 그것이 용인되는 것은 “안전에 대한 욕구가 위대하고 고귀한 모든 과업에 마주 보며” 서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일을 비난할 때 “비난에 대해 분노를 보이는 것은 그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는 것을 보이는 것이다.”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한 암울한 상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희망을 주듯 그는 덧붙인다. “억압에 저항하려는 욕구는 모든 인간의 본성에 내재되어 있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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