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3.20 19:36
수정 : 2013.03.20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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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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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론은 아테네의 정치적·경제적·도덕적 타락에 맞서 올바른 법을 만듦으로써 개혁을 이루려 했던 정치가다. 그의 개혁안은 단기적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으나 아테네 민주주의의 초석을 깔아놓았다는 평가는 계속 유효하다. 그가 동시대에 반향을 일으키고 후대의 칭송을 받아온 이유의 하나는 재물보다 미덕을 높게 본 그의 기개에 있다.
그에 대해서도 그의 시대에 대해서도 문서나 고고학적 자료가 충분치 못하지만, 즐겨 썼던 시를 통해 삶에 대한 그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그것은 지식과 경험을 중하게 여겨 거기에서 나오는 현명한 판단을 바탕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었다. 상인으로 재산을 모으기도 했던 그는 “재물을 원하나 불의로 얻는 것은 싫으니,/ 재물에는 불행이 따르기 때문”이었다.
재산가였는데도 그는 가난한 사람들의 편에 섰다. “미천한 자는 잘살고 선한 자는 못사나,/ 우리의 덕은 돈과 바꾸지 못할 것이니,/ 덕은 영원히 우리의 것이나/ 재물은 이 손 저 손으로 떠도는구나.” 살라미스 섬의 소유권을 놓고 아테네가 메가라와 오랜 분쟁을 벌이다가 지쳐 포기했을 때에도 솔론은 시로 아테네 시민들의 분기탱천을 자극하고 스스로 참전해 그 섬을 점령했다.
그 시절엔 아테네가 정치적·이념적·부족적·지역적 파벌로 나뉘어 있었다. 그 혼란을 넘으려면 전제정치가 필요하다며 사람들은 매사를 공정하게 처리하던 그를 왕위에 추대했다. 그는 “나라를 구하는 길이라면 폭군의 권세를 휘두르더라도 수치로 생각하지 않겠으나, 천하제일이라 스스로 생각할까 두렵다”며 거절했다. 그는 조용히 정무를 보며 법을 제정했을 뿐이었다.
부덕하게 재물을 모았으면 거기에 만족하여 최소한의 수치심을 증명하기 바란다. 새 정권이 들어서며 권력까지 탐하려는 자들에게 보내는 충언이다. 미덕을 잃고도 지도자를 자처하는 스스로의 행태가 만든 우리 사회의 정신적 황폐를 그들은 생각이나 한번 해봤을까?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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