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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5.08 19:29 수정 : 2013.05.08 19:29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시인 호라티우스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할지라도 ‘카르페 디엠’이라는 문구에 대해서는 거개가 알고 있을 것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소개되어 유명해진 그 말의 뜻은 ‘오늘을 낚아채라’ 정도일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이에도 선망하는 시간은 썰려 나가니,/ 부질없는 미래는 믿지 말고, 오늘을 낚아채라”는 이 서정시는 아름다운 봄날처럼 덧없이 사라지는 청춘의 시간을 즐기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시간을 아껴 쓰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아우구스투스가 제정을 열어 로마는 정치적 안정을 구가했다. 로마 문학은 특히 서정시 분야에서 전성기를 맞았고, 그 대표적 인물이 호라티우스였다. 로마 문학은 그리스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당대를 대표하는 문화계 인사라면 마땅히 로마 문화의 원조인 그리스를 숭상했으리라 짐작하겠지만, 그는 달랐다. “지배자인 로마가 사로잡힌 그리스의 포로가 되었다”는 그의 말은 그리스에 대한 찬미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문화에 심취해 나약해진 로마인들에게 각성을 촉구하는 경구였다.

호라티우스의 아버지는 전쟁 포로였다. 그러나 강인한 노력으로 스스로의 자유를 획득하고 지위를 개선시켰다. 아들의 교육에도 신경을 써 넉넉지 못한 형편에도 로마로 유학을 보내 정신적 성장을 뒷바라지했다. 아들은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했다. “제게 사소한 흠결만 있을 뿐 제 성격이 점잖고 도덕적이라면, 누구도 저를 탐욕이나 호색이나 방탕으로 비난할 수 없다면, 제가 불명예가 없이 유덕하게 살아왔다면, 제가 친구들에게 좋은 친구라면, 그것은 모두가 아버지 덕분입니다. 아낌없는 감사와 칭찬을 드립니다.” 그는 노예였던 아버지를 부끄러워한 적도, 그의 아들임을 변명한 적도 없었다.

호라티우스가 나열하는 자신의 덕목에서 아버지의 인간됨과 그로부터 우러나오는 가르침이 엿보인다. ‘어버이의 날’을 맞이하여 호라티우스를 생각하는 연유이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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