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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6.12 18:59 수정 : 2013.06.12 18:59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해군 범죄수사국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드라마 <엔시아이에스>(NCIS)를 즐겨 본다. 탄탄하며 적당한 반전이 있는 극본에다가, 극중 인물들의 일관된 성격과 그것을 충실하게 표현하는 배우들의 연기력 때문이다. 과학적 증거로 범죄자를 추적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동등하게 처벌하는 결말이 우리의 현실과 예리한 대비를 이루며 제공하는 카타르시스도 이유의 하나다.

검시관 ‘더키’의 역이 주는 재미도 쏠쏠하다. 의학과 부검에 관한 전문적 지식으로 자칫 미궁에 빠질 것 같은 사건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 구실을 한다. 그의 이름이 데이비드 매컬럼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이름으로 아련한 기억을 떠올린다. <0011 나폴레옹 솔로>라는 제목의 주간극이 있었다. 007이 유행하던 당시 그에 견줘 만든 텔레비전 첩보물로 로버트 본이 솔로 역을 맡았고, 그를 보좌하는 동료 역이 일리아 쿠리아킨이었다.

본디 쿠리아킨은 솔로를 돋보이게 만들려는 배역이었다. 그런데 냉전이 최고조에 달했던 당시 러시아 출신으로 서방의 첩자가 된 그 역할에서 풍기는 기묘한 매력이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그는 곧 주인공과 동급으로 올라섰고, 준수하고도 예리한 그의 모습은 그를 세계적인 섹스 심벌로 만들었다. 그가 바로 데이비드 매컬럼이다.

젊었을 적과 지금의 그의 모습을 비교하면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누군가 극중의 수사반장 깁스에게 더키가 젊었을 적에 누구를 닮았을 것 같은가 묻자 “일리아 쿠리아킨”이라고 대답한다. 그렇지만 여든이 된 지금 모습에서 젊었을 적의 자태를 상상하긴 어렵다. 하나 지금의 그도 대단히 매력적이다. 검시관 역을 충실하게 하기 위해 부검자들의 회합까지 참석하면서 법의학의 전문가가 된 그의 노력 덕분일 것이다.

음악가를 부모로 둔 그는 음악에도 조예가 깊어 1960년대의 히트곡을 실내악으로 편곡한 음반도 여럿 발간했다. 그의 모습을 더 오래 볼 수 있기를.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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