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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1.08 19:04 수정 : 2014.01.08 19:04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기원전 4세기 중엽 고대 그리스에서 헤로스트라토스라는 사람이 아르테미스 여신을 모시는 신전에 불을 질렀다. 달과 숲과 사냥의 여신인 아르테미스에게 봉헌된 그 신전은 오늘날에는 터키의 영토인 에페소스에 위치하고 있었다. 고대 세계의 7대 불가사의로 꼽힐 만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던 그 대리석 건축을 방화로 파괴시킨 목적은 단지 그런 행동을 통해 단시간에 명성을 얻겠다는 것뿐이었다.

헤로스트라토스는 고집이 센 에페소스의 시민으로서, 이 범죄를 저지른 뒤 도주하기는커녕 사람들이 그의 이름을 영원히 기억하도록 하기 위해 그 거사를 행했노라고 자랑스럽게 주장했다. 에페소스 시 당국은 비슷한 정신 상태를 가진 자가 비슷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그를 사형에 처했던 것은 물론, 범인과 범죄가 기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의 이름을 언급하는 사람에게조차 사형선고를 내린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렇지만 고대 그리스의 저명한 역사가인 테오폼포스가 <그리스 역사>에 그 사건과 범죄자의 이름을 기록함으로써 그는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한 꼴이 되었다.

오늘날에도 그의 이름은 살아남았다. 오명이라 할지라도 이름을 널리 알리기 위해 범죄 행위를 저지르는 자를 가리키는 용어로 그의 이름이 사용되는 것이다. 예컨대 독일어에서 ‘헤로스트라트’는 그런 범죄자를, 영어에서 ‘헤로스트라토스의 명성’이란 그런 유명세를 가리킨다. 유명해지고 그리하여 “사람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 존 레넌을 살해했던 마크 데이비드 채프먼이 오늘날 그런 유형 범죄자의 대표로 거론된다.

이곳에서는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들이 대표적 사례로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학문적 검증보다는 정신 건강에 대한 진찰이 더 필요해 보이는 그들은 이미 오명을 충분히 누렸으니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이런 교과서는 불량 저서의 표본으로 각 도서관이나 박물관에서 한 부씩 소장하는 것이 어떨까 제안한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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