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은 죄인을 가두는 곳이다. 그렇다고 죄인만 감옥에 가지는 않는다. 의인도 감옥에 간다. 특히 정통성이 없어 독재에 의존하는 정권일수록 양심에서 우러나오는 올바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가둔다. 치부에 대한 비판이 두려워서 인신을 구속함으로써 위기를 모면하려는 무리수를 두는 것이다. 그러나 의인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신체를 가둔다 하더라도 영혼은 자유롭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감옥에서도 사색을 계속하며 모든 나무들이 더불어 숲이 될 수 있는 길을 찾아 사람들에게 깨우쳐준다. 그렇게 사무엘 푸펜도르프는 기독교 국가만이 아닌 모든 국가에 통용될 국제법의 체계를 감옥 속에서 만들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정당하지 못한 국가에 대해 도덕적으로 반대하는 개인은 저항할 권리를 갖고 있다는 ‘시민 불복종’의 개념을 정립하게 만든 것도 유치장의 경험이었다. 간디는 수감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무저항 비폭력의 운동으로 인도의 독립을 이끌었다. 네루가 감옥에서 기억에만 의존하여 딸에게 보낸 편지는 <세계사 편력>이라는 책이 되어 전세계에서 억압받는 민중이 주인이 된 세계관을 드러낸다. 무솔리니는 신체가 허약한 안토니오 그람시를 감옥에 보냈지만, 그것은 <옥중수고>를 통해 헤게모니 이론을 더욱 확고하게 다듬을 기회가 되었을 뿐이다. 카스트로에 의해 무자비하게 체포되어 수감된 쿠바의 저항 시인 에베르토 파디야에게 “최고의 시는 언제나 간수의 등불 밑에서” 태어났다. 이들은 감옥에서의 고초를 변절을 위한 구실로 삼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에게 가해진 부당한 폭력을 타인에 대한 무분별한 증오심으로 대체시키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 의로운 사람들의 육체에 가해진 구속은 영혼이 더욱 단련되어 한결 자유롭게 비상하고, 그리하여 다른 이들에게 배움이 되고 도움이 될 계기로 작용했을 뿐이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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