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스코틀랜드의 한 젊은이가 해운업체에서 근무하다가 삼촌으로부터 약간의 유산을 물려받았다. 의사였던 형의 조언을 받아 그는 그 돈을 의학 공부를 위한 자금으로 사용했다. 의대에 가기 전 의용군에서 보병으로 있었던 그는 대학의 사격부에 가입했다. 그의 솜씨를 눈여겨본 사격부의 회장은 그를 계속 회원으로 유지하고 싶어 연구 조교를 제안했고, 그렇게 그는 예방 의학과 면역학의 선구자였던 암로스 라이트의 수제자가 되었다. 의학의 발전에 지대한 공로를 세운 알렉산더 플레밍은 이렇게 의학에 입문했다. 1944년에는 영국 왕실로부터 작위를 받았고, 1945년에는 노벨의학상을 받은 그를 영국의 신문과 방송마다 20세기를 빛낸 가장 위대한 인물로 꼽는다. 또한 스코틀랜드에서는 가장 뛰어난 스코틀랜드인을 선정하는 인기투표에서 국민 시인 로버트 번스와 중세의 전설적 영웅 윌리엄 월리스와 함께 3인방을 이루고 있다. 페니실린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진 날을 돌이켜보며 그 자신은 이렇게 술회했다. “1928년 9월28일 동이 튼 뒤 깨어난 나는 박테리아 킬러를 발견해 의학 혁명을 불러올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게 내가 한 일이었다.” 마치 우연히 그 발견을 했던 것처럼 말한다. 과학사에서는 우연한 발견으로 뜻밖의 업적을 올린 사례들을 가리켜 ‘세런디피티’라고 말한다. 과학사가들은 플레밍의 말에 상응하듯 대표적인 예로 그의 두 업적인 라이소자임과 페니실린의 발견을 꼽는다. 라이소자임은 군의관 플레밍이 1차대전 당시 패혈증으로 인한 부상병들의 사망 빈도가 특히 높았던 현상에 대해 연구하다가 발견했다. 페니실린은 포도상 구균 배지에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연구하다가 배양기에 발생한 푸른곰팡이 주위가 무균 상태라는 사실을 통해 발견했다. 이것이 우연이었을까? 이런 현상들을 봤던 다른 사람들은 기존의 연구 방식을 고수했지만, 그는 다른 결말을 이끌어냈다. 우연도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간다.
칼럼 |
[조한욱의 서양 사람] 준비된 우연 |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스코틀랜드의 한 젊은이가 해운업체에서 근무하다가 삼촌으로부터 약간의 유산을 물려받았다. 의사였던 형의 조언을 받아 그는 그 돈을 의학 공부를 위한 자금으로 사용했다. 의대에 가기 전 의용군에서 보병으로 있었던 그는 대학의 사격부에 가입했다. 그의 솜씨를 눈여겨본 사격부의 회장은 그를 계속 회원으로 유지하고 싶어 연구 조교를 제안했고, 그렇게 그는 예방 의학과 면역학의 선구자였던 암로스 라이트의 수제자가 되었다. 의학의 발전에 지대한 공로를 세운 알렉산더 플레밍은 이렇게 의학에 입문했다. 1944년에는 영국 왕실로부터 작위를 받았고, 1945년에는 노벨의학상을 받은 그를 영국의 신문과 방송마다 20세기를 빛낸 가장 위대한 인물로 꼽는다. 또한 스코틀랜드에서는 가장 뛰어난 스코틀랜드인을 선정하는 인기투표에서 국민 시인 로버트 번스와 중세의 전설적 영웅 윌리엄 월리스와 함께 3인방을 이루고 있다. 페니실린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진 날을 돌이켜보며 그 자신은 이렇게 술회했다. “1928년 9월28일 동이 튼 뒤 깨어난 나는 박테리아 킬러를 발견해 의학 혁명을 불러올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게 내가 한 일이었다.” 마치 우연히 그 발견을 했던 것처럼 말한다. 과학사에서는 우연한 발견으로 뜻밖의 업적을 올린 사례들을 가리켜 ‘세런디피티’라고 말한다. 과학사가들은 플레밍의 말에 상응하듯 대표적인 예로 그의 두 업적인 라이소자임과 페니실린의 발견을 꼽는다. 라이소자임은 군의관 플레밍이 1차대전 당시 패혈증으로 인한 부상병들의 사망 빈도가 특히 높았던 현상에 대해 연구하다가 발견했다. 페니실린은 포도상 구균 배지에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연구하다가 배양기에 발생한 푸른곰팡이 주위가 무균 상태라는 사실을 통해 발견했다. 이것이 우연이었을까? 이런 현상들을 봤던 다른 사람들은 기존의 연구 방식을 고수했지만, 그는 다른 결말을 이끌어냈다. 우연도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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