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여러 이유로 어수선한 마음을 다잡기 위해 비코의 <새로운 학문> 원전을 꺼내들었다. 비코의 고향인 나폴리에서 태어났고 그곳에서 삶을 마감한 석학 파우스토 니콜리니가 편집한 판본이다. 니콜리니는 나폴리의 국립 문서보관소를 관장하던 고문서학자로서 동향의 선배였던 역사가 베네데토 크로체와 중요한 문화적 연대를 결성하여 편벽되지 않은 학문의 연구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렇지만 내게는 무엇보다도 비코 연구자로서 그의 경력이 중요하다. 그는 <비코의 종교성>이라는 저서를 냈고, <역사가 비코>를 유작으로 남겼다. 그 저작들보다 더 큰 감명을 내게 안겨주는 것은 그가 편찬한 <비코 전집>이다. 본디 비코의 이탈리아어는 너무도 난해하여 이탈리아 사람들도 19세기 초에 나온 프랑스 역사가 쥘 미슐레의 불어 번역을 통해 비코 필생의 업적인 <새로운 학문>을 읽곤 했다. 1948년 미국의 역사철학자 토머스 고다드 버긴과 이탈리아 문학 연구자 맥스 해럴드 피쉬에 의해 영역본이 나온 것은 비코의 연구사에서 또 다른 쾌거였다. 유수의 이탈리아 철학자까지도 역자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내 이제야 비코를 제대로 읽게 되었다고 말했을 정도로 이 번역은 국제적인 비코 연구의 가교가 되었다. 1999년에 아주 매끄럽게 읽히는 새로운 영역본이 펭귄 출판사에서 나왔지만, 꼼꼼히 읽으면 버긴과 피쉬의 선구적 작업이 없이는 새로운 시도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음을 알게 된다. 역시 구관이 명관이라는 생각을 하다가 니콜리니의 판본을 읽으니 버긴과 피쉬조차도 니콜리니의 세밀한 주석 작업이 없었다면 그 번역이 훨씬 더 어려웠으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니콜리니의 업적을 통해 경외심을 갖고 바라보던 권위 있는 영역본에서 오류까지 찾을 지경이 되니 밀려 있던 원전 번역 작업에 더 큰 용기를 얻게 된 것은 뜻밖의 소득이라 할 것이다. 감사의 마음을 주고받아야 마땅한 철에 어울리는 일을 하는 것 같아 뿌듯하다.
칼럼 |
[조한욱의 서양 사람] 선현에게 감사를 |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여러 이유로 어수선한 마음을 다잡기 위해 비코의 <새로운 학문> 원전을 꺼내들었다. 비코의 고향인 나폴리에서 태어났고 그곳에서 삶을 마감한 석학 파우스토 니콜리니가 편집한 판본이다. 니콜리니는 나폴리의 국립 문서보관소를 관장하던 고문서학자로서 동향의 선배였던 역사가 베네데토 크로체와 중요한 문화적 연대를 결성하여 편벽되지 않은 학문의 연구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렇지만 내게는 무엇보다도 비코 연구자로서 그의 경력이 중요하다. 그는 <비코의 종교성>이라는 저서를 냈고, <역사가 비코>를 유작으로 남겼다. 그 저작들보다 더 큰 감명을 내게 안겨주는 것은 그가 편찬한 <비코 전집>이다. 본디 비코의 이탈리아어는 너무도 난해하여 이탈리아 사람들도 19세기 초에 나온 프랑스 역사가 쥘 미슐레의 불어 번역을 통해 비코 필생의 업적인 <새로운 학문>을 읽곤 했다. 1948년 미국의 역사철학자 토머스 고다드 버긴과 이탈리아 문학 연구자 맥스 해럴드 피쉬에 의해 영역본이 나온 것은 비코의 연구사에서 또 다른 쾌거였다. 유수의 이탈리아 철학자까지도 역자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내 이제야 비코를 제대로 읽게 되었다고 말했을 정도로 이 번역은 국제적인 비코 연구의 가교가 되었다. 1999년에 아주 매끄럽게 읽히는 새로운 영역본이 펭귄 출판사에서 나왔지만, 꼼꼼히 읽으면 버긴과 피쉬의 선구적 작업이 없이는 새로운 시도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음을 알게 된다. 역시 구관이 명관이라는 생각을 하다가 니콜리니의 판본을 읽으니 버긴과 피쉬조차도 니콜리니의 세밀한 주석 작업이 없었다면 그 번역이 훨씬 더 어려웠으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니콜리니의 업적을 통해 경외심을 갖고 바라보던 권위 있는 영역본에서 오류까지 찾을 지경이 되니 밀려 있던 원전 번역 작업에 더 큰 용기를 얻게 된 것은 뜻밖의 소득이라 할 것이다. 감사의 마음을 주고받아야 마땅한 철에 어울리는 일을 하는 것 같아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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