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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06 17:38 수정 : 2019.06.06 19:16

조한욱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2015년 여름 <상상의 아테네>라는 책이 나왔다. 지은이의 말만 읽더라도 부산교대 전진성 교수의 10년 각고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역작이다. 고대 그리스의 도시 아테네가 베를린과 도쿄와 서울에서 어떤 필요성에 의해 어떤 상상력 속에서 재현되었는지 그 과정을 다룬 대작이다. 그 말이 과언이 아닌 것이 750쪽이 넘는 분량 속에 독일과 일본과 한국의 자료들을 녹여냈기 때문이다.

프로이센의 수도 베를린은 아테네를 모방해 건립되었지만 그것은 국민국가의 건설이라는 필요에 맞춘 것이었다. 도쿄의 아테네는 서양 문명의 주도자를 자처한 일본이 동양에서 자신들의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서울의 옛 총독부 건물은 일본이 제시한 근대 문명을 무조건적으로 승인하라는 식민 제국의 요구 속에 건립되었다. 그러니 외관적으로는 베를린과 도쿄와 서울에 구현된 건물들이 아테네를 닮았다는 유사성을 갖고 있다 할지라도 그 기표에 담긴 기의는 현저하게 달랐으니 그것을 찾으려 하는 것이 이 책의 목표였다.

그 계획의 중요성은 물론 거기에 개재된 난점까지도 파악한 외국의 대가들은 격려를 해주고 발표의 기회를 만들어주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은 빛을 보지 못할 수도 있었다. 한국연구재단에서 3년간 지원을 받기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중간보고서 심사에서 탈락했기 때문이었다. 심사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편협한 마음속에서 왜 역사학자가 건축의 분야에 개입하는가, 왜 서양사학자가 일본사의 영역에 침투하는가 하는 것들이 탈락의 이유로 짐작된다. 결국 저자 스스로 자비를 들여가며 간신히 출판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6월 하순께 일본 유수의 대학출판부에서 일본어로 번역하여 발간한다. 내년에는 인문사회 학술서적 출판으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의 라우틀리지 출판사에서 영어로 번역하여 출판할 예정이란다. 한국연구재단은 심사위원을 선정한 것으로 책임을 다한 것인지, 심사위원을 심사할 방법은 없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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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조한욱의 서양사람(史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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