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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13 18:12 수정 : 2019.11.20 17:32

조한욱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지난해 9월 한국 출신 젊은 연예인들이 유엔 총회에서 감동적인 연설을 했다는 말을 뒤늦게 전해 들었다. 어떤 구분도, 어떤 차별도 필요 없는 세상에서 자신의 이름을 찾고 자신의 이야기를 해달라는 그들의 메시지는 전세계 청소년들의 공감을 얻으며 그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기에 충분했다. 각각 개성이 뚜렷한 일곱 명의 청년들이지만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면서 팬들의 소중함까지 헤아리며 소통하려는 그들의 태도는 수많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그렇게 훌륭한 글을 외국어로 작성하여 세계를 향해 직접 연설한 그들의 능력에 끌리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그들의 공연 무대를 보았다. 지금까지가 단순한 놀람이었다면 이후는 경악이었다. 처음으로 접한 그들의 공연에서 전통적인 한국 문화의 여러 양식이 그들이 만든 춤곡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것을 보면서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글로컬리제이션이라고 탄성을 내질렀던 것이다. 자신의 문화에 통달해야 인류 보편의 심금에 가닿게 된다는 것을 말로 하긴 쉽지만, 그 실례를 보게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다른 공연들을 찾아보면서 나도 그들의 거대한 팬들을 가리키는 ‘아미’의 정신상태에 거지반 도달했음을 알게 되었다. 단 하루 사이의 일이었다. 비상식적인 우격다짐이 기득권을 유지시키는 세태를 보며 무기력증에 빠져 있던 나에게도 그들은 긍정적인 힘을 전파한 것이다. 웸블리구장의 연장 공연까지 매진되었다는 소식을 들어도 이젠 놀랍지 않다. 그들에겐 그럴 자격이 충분하니까.

수많은 분야에서 지도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망언 때문에 같은 연배의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내 몫으로 삼아왔지만, 그런 사람들에도 불구하고 이런 젊은이들 때문에 국격이 높아지는 것을 보면 뿌듯하지 않을 수 없다. 나도 그런 “불구하고”에 속하지 말고 “때문에”에 속해야 한다는 다짐을 한다.

개인적으로는 ‘전하지 못한 진심’을 가장 좋아한다. 들을 때마다 아린 눈물이 나도록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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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조한욱의 서양사람(史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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