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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04 17:34 수정 : 2019.07.04 19:19

조한욱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밀라노의 ‘17, 18세기 과학 철학 사상 연구소’와 나폴리의 ‘비코 연구소’가 병합되어 2002년 ‘근대 철학 과학 사상사 연구소’가 태어났다. 이 단체는 학술지와 수많은 연구서를 출간했고 여러 학술 행사를 주관했다. 내가 이 연구소와 연결된 것은 2005년 나폴리에서 열린 학술대회 ‘비코와 동양’에서 비롯되었다. 동서 문화 교류의 차원에서 개최한 그 학술대회에서 한국의 비코 연구 동향에 대해 발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던 것이다.

다비드 아르만도는 그 학술대회를 조직한다는 궂은일을 도맡았다. 처음에 그가 발표를 청해왔다. 수락했으나 비코에 대한 새로운 글이 전혀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니 창피스럽고, 그렇다고 없는 것을 침소봉대한다면 학문적 진실에 위배되기에 포기하려던 나에게 그는 끈질기게 참가를 권유했다. 결국 참가했고, 그것은 잘한 결정이었다. 전 세계의 학자들과 비코의 본향에서 교감을 나눈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그 연구소의 수석연구원인 아르만도는 18~19세기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종교와 문화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 학자로서 나폴리에서 발간되는 비코 학술지의 편집인도 맡고 있다. 학술대회는 그가 사회를 본 원탁토론으로 마무리되었다.

다음날 체크아웃을 하는데 약간의 소동이 있었다. 호텔 직원이 실수로 중국인 참가자의 여권을 다른 사람에게 내준 것이었다. 호텔 직원은 그 중국인의 잘못일 수도 있다며 가방을 모두 풀어보게 하는데 아르만도가 나서서 호통을 쳤다. 실수를 인정하고 빨리 조치를 취하라는 것이었다. 그의 반응이 심한 것이 아니었는지 나중에 슬며시 물어봤더니 저 사람들이 동양인들을 저렇게 무시하는 일이 잦단다. 결국 그의 덕분에 여권은 중국인에게 무사히 전달되었다.

로마에서는 여느 관광객이 가보지 못할 장소를 그 덕분에 두루 살펴볼 수 있었다. 비코의 <새로운 학문>의 한국어 원전 번역이 10월 말쯤에 발간된다면 가장 기뻐해줄 사람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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