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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25 18:26 수정 : 2019.07.25 19:11

조한욱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귀족은 물론 왕가까지도 그들의 가문을 상징하는 문장을 갖고 있다. 이탈리아의 사상가 잠바티스타 비코는 그것의 기원과 이후의 변천에 대해 흥미로운 사실을 전해준다. 통상 야전지의 깃발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 문장은 어떤 가문이 다른 가문과는 다른 그들만의 귀족의 권리와 특권을 갖고 있음을 뜻했다. 그러한 문장이 국기와 같은 공적인 휘장이 되었고, 침묵의 언어처럼 군대의 기강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되는 군기로 격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최초의 전쟁터는 어디였을까? 그것은 씨를 뿌려 수확을 거두려던 경작지였다는 것이다. 경작지야말로 자연과의 전쟁에서 인간이 최초로 획득한 전리품이었고, 그러한 연유는 유럽 언어의 어원에 그대로 남아 있다.

아직 언어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 문장은 상징을 통한 말, 즉 일종의 상형문자가 되어 울타리가 쳐진 자신들의 땅을 가리키는 표시가 되었다. 토템폴과 문장이 같은 기능을 하였던 것이다. 즉, 그것은 소유권의 상징이었는데, 이후에 가축이나 상품에 문자나 문장을 새기는 것도 소유권을 식별하기 위함은 마찬가지였다. 귀족들의 문장은 검은색, 초록색, 황금색, 푸른색, 붉은색으로 넘쳐난다. 그것은 씨를 뿌린 땅의 색깔이 계절에 따라 변하던 것을 뜻했다. 그러한 문장은 보통 방패에 새겨져 있었는데 그 방패는 울타리가 쳐진 땅의 경계선을 상징했다. 문자가 발달하며 점차 문장에도 간단한 글자가 새겨지게 되었는데, 프랑스 왕가의 문장에는 “백합은 물레를 돌리지 않는다”는 구호가 적혀 있다. 백합으로 상징되는 왕위의 상속에 물레로 상징되는 여성이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운동선수들이 문장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유명한 선수들일수록 자신을 후원해주는 업체의 로고를 훨씬 더 많이 달고 있다. 확실히 오늘날의 귀족은 기업인 것이 틀림없다. 스포츠의 스타들이 아무리 많은 돈과 명예를 얻는다 할지라도 그들은 기업이 달아놓은 소유권의 상징인 문장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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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조한욱의 서양사람(史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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