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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3.14 20:04 수정 : 2016.03.17 09:49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명인 이세돌을 이기면서 ‘인간계’가 당혹해하고 있다. 로봇이 인간을 우선적으로 대체해 나갈 분야로 의료, 금융, 제조 등이 꼽히는데 언론도 언젠가는 그 대상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알파고’가 아닌 가칭 ‘알파뉴스’ 즉 기사를 쓰는 인공지능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해 ‘사람 기자’와 겨루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

속도에서는 ‘알파뉴스’가 월등할 것이다. 이미 여러 언론사는 로봇이 쓴 기사를 속보 전달에 일부 활용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지진 발생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 기사 작성 프로그램 ‘퀘이크봇’(Quakebot)을 통해 뉴스를 만들어 온라인으로 즉각 보도한다. 이 신문은 살인 사건 기사도 로봇이 쓴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이준환 교수 연구팀도 프로야구 경기 결과에 대한 로봇 기사를 만들어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서비스하고 있다.

이런 속보성은 아직 기상, 스포츠, 주식 등 간단한 정보가 필요한 영역에 그치고 있다.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것은 막대한 정보가 필요해 어렵다. 물론 정부나 기업 등이 보내는 보도자료를 자동으로 기사화하기는 쉬울 것이다. 그러나 모든 언론사가 자동으로 송고하는 경기 결과나 보도자료 내용은 별 가치가 없다. 인터넷에서 많이 검색되기 위해 남의 기사를 조금씩 바꿔 무수히 올리는 복제 행위를 대신하는 정도라면 로봇은 위협적이지 않다. 출입처 동향을 파악하고 취재원을 만나 감성과 대화를 나누며 잡아내는 특종은 인간 기자만의 능력이다. 더구나 정보공개 수준이 낮은 한국에서 로봇 저널리즘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이준환 교수 연구팀은 로봇이 “경쟁이 아닌 기자를 도와주는 측면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알려주는 보조 역할”에 머물 것으로 예상한다.

해설, 칼럼, 사설 등 주관성이 강한 영역에 로봇을 보내기는 더 어려울 것이다. 이런 기사들은 주어진 정치·경제·문화·역사적 맥락 아래, 그리고 기자를 제약하는 환경 속에서, 그의 가치관과 실존이 주목하고 선택한 정보와 판단을 어울러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알파고는 한정된 판단 공간 안에서 상대방보다 많은 집을 만들라는 단순 목표를 이행한다. 하지만 아무리 학습능력을 지닌 것이라고 해도 ‘알파뉴스’에게는 “써라”라고만 해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최첨단 네비게이션에 ‘가라’고만 명령하는 것과 같다. 목적지가 없는 여행자에게 길을 알려주는 지도는 없다. 의견 기사는 빈칸 메우기가 아니라 뜻을 창조하는 일이기 때문에 실행 목표를 명확하게 부여하기 어렵다. 로봇 저널리즘 연구자인 다음카카오의 김대원 박사는 “저널리즘의 핵심은 기사의 가치 판단과 의제 설정인데 로봇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한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2013년에 예측한 바로 20년 뒤 특정 직업이 컴퓨터와 로봇에 의해 대체될 확률은 텔레마케터 99%, 회계사 95%, 경제학자 43%, 소방관 17%, 종교인 0.8% 등이다. 이 가운데 기자는 11%, 작가가 3.8%로서 글 쓰는 직업의 생존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그런데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험한 바로 한국 사람들에게 어떤 기사를 보여주며 작성자가 로봇이라고 했을 때 기자라고 말했을 경우보다 오히려 기사 신뢰도가 높았다. 한국 기자가 로봇보다 신뢰도가 낮다는 이야기다. 미래에도 기자는 살아남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모든 기자가 아니라 신뢰도 높은 언론사의 신뢰도 높은 기자일 가능성이 크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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