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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4.04 20:25 수정 : 2016.04.04 20:25

선거는 정치세력들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결전의 장이다. 선거에서 언론의 역할은 싸움을 제대로 붙이는 일이다. 따라서 싸움의 쟁점을 드러내어 보여주는 것이, 다시 말하면 유권자들에게 선택의 기준을 제시하고, 이 기준에 따른 정보를 풍성하게 제공해주는 것이 선거보도의 역할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언론은 고질적인 양비론과 경마저널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양쪽을 싸잡아 비판하는 양비론은 선거에서 쟁점을 드러내기보다는 파묻어버린다. 경마저널리즘은 정당과 후보의 정책에 대한 심층 분석이 아니라, 단순한 판세 위주의 선거 보도로 유권자들의 관심을 분산시키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3월28일치)은 양비론과 경마저널리즘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야당 심판’(새누리당), ‘경제 심판’(더불어민주당), ‘양당 심판’(국민의당) 등 여야의 총선 슬로건을 비판한 사설이다. ‘여야 염치없는 심판론, 누가 누구를 심판하나’라는 제목을 붙인 이 사설은 심판론에 대한 심층 분석은 없이, “역대 최악의 국회를 만든 장본인들은 상대 심판론을 내세우기 전에 제 얼굴을 먼저 한번 거울에 비춰보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우리 경제의 문제는 구조적 장기적 침체인데, 정부가 단기 처방에 매달려 상황을 악화시켰다. 양극화 속도는 가장 빠른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 극심한 반발을 각오한 개혁조치를 동원하지 않고선 격차를 줄일 방안이 없다.” 문제의 <조선일보> 사설이 나온 바로 그날치 <중앙일보> 사설의 한 구절이다.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잡은 이 사설의 결론과 제목 역시 ‘여야, 위기 인정하고 현실적 대안으로 승부하라’라는 양비론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언론은 걸핏하면 정당이나 후보들이 정책을 내세워 싸우지 않고, 상대방 비난만 일삼는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이번 총선의 쟁점은 언론이 이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아 부각되지 못할 뿐이고, 사실은 분명히 드러나 있다. 국회가 발목을 잡아 정부가 일을 못 하고 있으니, 일할 수 있도록 180석 이상을 달라는 새누리당의 주장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면서 경제파탄을 불러온 박근혜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힘을 국회가 갖도록 과반수 의석을 달라는 야당의 주장이 그렇다.

따라서 앞으로 남은 일주일 동안 언론이 집중적으로 할 일은 박근혜 정부 3년 동안 우리 경제와 민생이 좋아졌는가, 나빠졌는가, 나빠졌다면 국회(특히 야당) 탓인가, 정부의 정책실패 탓인가를 심층 분석하는 일이다. 박 대통령은 기회만 있으면, 모든 문제를 국회 탓으로 돌린다. 야당이 독소 조항의 수정을 요구하고 있는, 노동개혁 4법 등과 사이버테러방지법 등이 있어야 경제도 살리고, 테러방지도 된다는 주장이다.

성한표 언론인·전 '한겨레' 논설주간
박 대통령은 야당과 협상하고 대화하기보다는 야당에 호령하는 자세를 견지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고 한다. 그래서 집권당의 일방 독주를 견제하는 국회선진화법을 고쳐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180석 이상의 의석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박 대통령이 지금도 행사하는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력이 더욱 강화될 것인지, 야당이 그의 독주를 견제할 힘을 얻을 것인지가 이번 총선에서 결판난다. 이를 판단하기 위한 신뢰할 만한 분석보도를 하는 것이 언론의 시대적 사명이다.

성한표 언론인·전 '한겨레'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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