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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4.18 20:10 수정 : 2016.04.18 20:10

4·13 총선이 끝났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분열된 상태에서 치러지는 총선이기에 새누리당의 압승이 예상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언론과 여론의 신빙성을 얻고 있는 분위기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빨간색 당복과 같은 색깔의 옷을 입고 전국을 찾아다녔다. 누가 봐도 여당 지지 선거운동으로 비치면서 대통령의 처신으로 적합지 않다는 비판의 소리가 많았는데도 박 대통령은 오불관언 새누리당 선거 승리에 올인하는 인상이었다. 12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당시 여당의 승리를 기대한다고 한 발언이 선거 개입에 해당한다며 탄핵한 자신의 행동을 까맣게 잊은 것 같았다. 남이 하면 외도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사고방식이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김무성 당대표가 호언한 180석은 고사하고 16년 만의 여소야대였다. 집권 여당이 제2당으로 밀려난 참패였다. 박근혜 정권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었다. 보수 신문들까지 총선이 박 대통령의 무능과 오만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박근혜 정권 출범 후 한국 언론이 정국 평가에 진보·보수의 벽을 넘어 같은 목소리를 낸 것은 참으로 오랜만의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새누리당은 총선 패배의 책임이 여당 쪽에 있음을 시인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달랐다. 총선 닷새가 지나서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민의 민의가 무엇이었는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을 뿐 선거 참패와 자신은 아무 관계가 없는 듯한 반응이었다.

미디어 전문지 <미디어오늘>은 “청와대를 계속 감싸온 보수 신문들이 총선 결과에 대한 박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데 있어서 한술 더 뜨는 비판을 가했다”며 ‘조선·중앙·동아·문화일보가 ‘야당지’로 돌변하다’는 제목으로 조중동의 박근혜 책임론에 관한 글들을 소개했다. <조선일보>는 선거 다음날인 14일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의 오만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총선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이 박 대통령에게 있음을 직설적으로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같은 날 사설에서 “박 대통령은 국민 이기는 권력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아야 한다”고 경고했고, <동아일보>는 ‘성난 민심 ‘선거의 여왕’을 심판했다’는 1면 머리기사로 박 대통령의 책임을 명백히 했다고 소개했다.

미디어오늘은 “가장 섬뜩한 것은 조·중·동과 같은 분류에 속하는 <문화일보>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할 5명의 새누리당 인사들을 지적한 14일자 기사 제목을 ‘박근혜 이한구 김무성 최경환 윤상현, 새누리 참패 5적’이라고 뽑아 선거 참패의 책임을 져야 할 오적의 맨 머리에 박 대통령의 이름을 적어 놓은 것”에 주의를 환기시켰다. ‘오적’은 1970년대 유신시대에 김지하 시인이 박정희 정권을 부패시킨 정치인, 군인들을 빗대 비판한 역사적인 풍자시인데 박근혜 정권 오적의 맨 위에 박근혜의 이름을 올려 놓았으니 주의를 끌고 남을 일이었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그동안 박근혜 정권의 호위무사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보수 언론이 모처럼 민주언론과 한목소리를 낸 것은 한국 언론을 위해서도 환영할 일이다. 앞으로도 이런 건전한 비판정신을 서로 교환하며 진보-보수 언론이 토론을 통해 공감대를 유지하는 것은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도 유익한 일이다. 문제는 이러한 태도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선거 직전까지도 보수 유권자층의 표심을 노린 정권의 북풍몰이를 적극 지원하는 편파보도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언론들이기 때문에 그렇다. 이런 언론을 제어할 수 있는 건 현명한 독자뿐이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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