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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4.25 20:40 수정 : 2016.04.25 20:40

제20대 총선 결과는 정치엘리트와 언론의 예측을 보기 좋게 비켜갔다. 특히 종합편성채널 등장 이후 급격히 늘어난 정치평론물과 정치평론가들의 해법과 시나리오들은 허망하게 부스러졌다. 반면 유권자들은 정치엘리트보다 더 합리적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많은 유권자들이 지역구 투표는 과거 정권 및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회고적 투표행동’으로, 정당투표는 미래 이슈를 중심으로 한 ‘전망적 투표’로 분할해서 투표하는 등 ‘전략적 투표 행동’을 보여줬다.

정당 지지층의 분할 및 변동의 기미가 다분히 있었지만, 정치평론가들은 ‘일여다야’라는 정치구도에 집착했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영향력을 과도하게 고려해서 집권당의 지지층을 세분화하지 못했다. 과거 데이터와 패턴에 집착해 변화된 정치환경을 예측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잘못된 여론조사와 결과 보도도 한몫했다. 유선전화조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전화여론조사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졌지만, 대체 수단이 없다는 이유로 여론 진단에 과도하게 사용됐다. 정치평론가들은 일반 유권자보다 더 나은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정당정치 내부에 대한 집단화된 시각과 자신들만의 정치해석 프레임에 갇혀 잘못된 예측을 쏟아냈다.

그들은 왜 잘못된 예측을 했을까? 심리학적 관점에서 정치평론가들의 오류를 짚어보자. 정치평론가들은 유권자와 상호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엘리트 또는 정치 이해관계자들과 정보를 교류한다. 정치엘리트 집단들 사이에 형성된 태도나 의견은 중요한 참조정보로 활용된다. ‘사회적 증거법칙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사안을 판별할 때 다른 사람의 판단을 증거처럼 근거로 삼는다. 정치엘리트 집단 내에서 만들어진 제한된 참조정보가 여론을 진단하는 프레임이 되고 자신의 의견을 재강화하게 만든 것이다. 여기에 ‘허위 합의 편향’은 오류를 더욱 강화시켰다. 자신의 생각이 다수의 합리적 생각을 반영한다고 믿는 인지적 편향을 말한다. 정치지도자들의 ‘불통’은 대부분 허위합의와 관련이 있다. 다수를 대변하지 못하는 주위의 소수 측근들의 편향된 의견과 행동이 ‘허위 합의’를 강화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엘리트인 정치평론가들은 ‘평균이상 효과’, 즉 자신들의 지식이 일반인의 평균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매우 크다. ‘평균이상 효과’는 자신의 능력을 비현실적으로 높게 평가하고 낙천적으로 사고하게 만든다. 스스로 남들보다 옳고 그름을 더 잘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큰 것이다. 또한 평론가들은 자신의 발언을 검증하지 않으며 잘못된 예측은 다른 외부요인을 찾아 원인을 그것으로 돌리는 ‘자기합리화의 과정’을 반복한다. 그렇기에 정치평론가의 말은 늘 정답처럼 해석된다.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오류인 ‘행위자-관찰자 편향’의 전형적인 예이다. 관찰자 입장에서 다른 사람의 행동 문제를 지적할 때는 그 사람 자체의 문제, 즉 내재적 원인에 주목하지만, 자신의 행동 문제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적 요인에서 찾는 경향이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정치평론가의 범람’이 우리 사회에 더 합리적인 정치 해결책을 줄 것인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지금은 정치엘리트들이 스스로의 정치적 패러독스를 먼저 해결해야 할 때이다. 그 답은 그들의 내부집단이 아닌 유권자에게 있다. 오히려 유권자들에게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할 때이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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