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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5.23 20:31 수정 : 2016.05.23 20:31

페이스북 직원들이 최고경영자 저커버그에게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걸 막기 위해 페이스북이 뭔가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는 사실이 아이티(IT) 전문 뉴스매체인 <기즈모도>에 보도되었다. 전직 페이스북 큐레이터의 증언을 기반으로 작성된 이 보도로 페이스북의 정치 중립성 논쟁이 뜨겁다.

논란이 된 페이스북의 ‘트렌딩 토픽’(유행뉴스)은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기사 3건을 오른쪽 상단에 보여주는 서비스로 2014년에 도입됐다. 트렌딩 토픽에 올라온 뉴스는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킨다. 기즈모도의 보도 이후 페이스북은 지난 12일 28쪽에 달하는 뉴스 선정방법을 공개하며, 편향을 견제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장치들을 갖추고 있다고 강변했다. 이 서비스는 소프트웨어인 알고리즘이 많이 읽힌 트렌드 뉴스 후보군을 찾으면 최종적으로 사람이 선정하는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페이스북은 2012년 이용자 68만9003명의 뉴스피드에서 긍정적 또는 부정적 감정과 연관되는 단어가 포함된 콘텐츠가 자동으로 삭제되도록 알고리즘을 조정한 뒤, 그에 따라 이용자들이 올리는 콘텐츠도 긍정적 또는 부정적으로 바뀌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번 사안은 소셜미디어와 같은 디지털매개자의 큐레이션 행위를 어떻게 볼 것인지, 그리고 인간이 배제된 순수히 중립적인 알고리즘은 가능한지, 그렇다면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페이스북에서 개별 이용자들이 습득하는 정보는 순수하게 이용자가 선택한 결과물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선택하는 행위와 선택한 이후 제공되는 정보의 통제권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페이스북에서 맺는 관계는 분명 이용자가 선택한 것이지만, 관계 추천은 알고리즘에 의해 이루어진다. 추천 시스템으로 불리는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은 우리가 누구와 관계를 맺어야 할지, 그리고 그들과 어떤 내용으로 상호작용할지를 추천해준다. 저커버그는 이렇게 맺어진 관계를 통해 정보가 제공되는 페이스북의 뉴스피드를 ‘완벽한 개인신문’이라 불렀다. 여기서 말하는 개인은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 디자인되는, 달리 말해 큐레이션의 대상이 되는 개인이다.

관계망서비스의 알고리즘은 다양한 관계 및 행동정보를 바탕으로 이용자의 미래 행동과 선호를 예측하는 것이 목적이다. 정보 탐색에 들어가는 비용을 현저히 줄이고 이용자 만족도를 끌어올려 최적의 마케팅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추천 시스템에서 이용자는 이용의 주체이자 대상인 객체가 된다. 과거 신문이나 방송매체는 언론인 또는 언론사와 같은 인간이나 제도화된 매개자로 정의 내려졌다. 이들의 영향력에 부응하는 큰 사회적 책임도 부여되었다. 그러나 소셜미디어나 검색엔진은 보이지 않는 비인간행위자로서 그 어느 미디어보다 크게 영향을 미치지만, 개인의 선택물이고 집단적 영향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그 중요성을 간과해온 측면이 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최근 학자들은 알고리즘 중립성 또는 공정성 문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알고리즘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문제는 미래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런 논쟁으로부터 소셜미디어나 검색사업자가 자유로워지는 것이 이 산업의 발전에도 부합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맞춤형 추천시스템이 주는 편익에만 기대지 말고 이 기술이 가져올 사회의 영향력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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