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2.09 18:35
수정 : 2014.02.0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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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류미 <은근 리얼 버라이어티 강남소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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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 빠르게 자리잡은 에스엔에스(SNS)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많은 기사들이 트위터를 인용하고, 페이스북은 과거 싸이월드의 자리를 차지한 것 같다. 직원들이 모두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회사도 있고, 메신저를 대신해 에스엔에스로 일을 처리하는 경우도 늘어난다. 이 중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발행형 서비스’, 곧 미디어의 속성이 있다. 10주년을 맞은 페이스북은 지난 4일 모바일 뉴스 앱 ‘페이퍼’를 내놓기도 했다.
최근 기업공개(IPO) 이후 주가가 24% 폭락한 트위터의 경우,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가 똑같은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겠다며 이들에게 인수 제안을 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테크크런치는 “트위터의 핵심 개발자들은 사람들의 소통을 민주화할 수 있는 방법(ways to democratize human connections)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실험해왔기 때문에 페이스북이라는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와 문화 속에서 그 방향성이 희석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전한다.
긴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말고도 ‘기존 오프라인 권력 구조의 강화 또는 와해’라는 점에서 두 서비스는 큰 차이가 있다. 트위터는 자신의 신상이 기반이 되는 서비스가 아니다. 140자만으로 자신의 급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편집자라는 직업을 가진 나는 트위터에서 작가나 독자들과 대등한 개인으로 소통한다. 오프라인에서야 다른 출판사 사장님들이나 선생님들께 깍듯하게 대할 일이나, 이건 ‘일’이 아니므로 떠들기 좋아하는 개인의 톤앤매너를 그대로 가져간다. 온라인의 나는 한 명의 블로거이자 트위터리안이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이야기가 좀 다르다. 일단 소속을 밝혀야 하고 철저히 지연·학연으로 돌아가는 구조다. 좁고 인맥 중심인 업계는 이 성향이 더욱 강하다. 그러다보니 아는 사람은 알 정도의 어르신들이 트위터에서 적응을 못하고 유난히 페이스북에서 존재 증명을 하시는 경우가 있다. 트위터에서는 140자라는 제한도 답답한데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팔로어도 안 느니 차라리 페이스북으로 와 ‘꼰대 지수’를 드러내는 것이다.
트위터가 ‘우연적 스크래치’의 발생 빈도가 크다면, 페이스북은 지인들을 통한 큐레이션 기능이 뛰어나고 밖으로 퍼지기보다는 특정 영역 안에서 빠르게 파급된다. 두 가지 서비스를 모두 평균 유저 이상으로 사용하는 내 경우, 트위터에서 1000개 가까운 리트위트를 받은 글이 있는 반면, 페이스북 ‘좋아요’는 100이 최다다. 페이스북이 앞마당이라면, 트위터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저잣거리 뒷골목이다. 트위터에서 팔로어가 많은 사람은 자신의 고유한 매력이나 콘텐츠로 타인에게 자신을 인지시킨 사람이다. 에스엔에스라지만 각기 장단점이 있는 전혀 다른 서비스로 상호 보완이 되며 급기야 뉴스를 에스엔에스로 받아보는 시대가 된 것이다.
페이스북 친구 신청을 맺지 않는 건, 당신과 친구가 되고 싶지 않다기보다는 ‘내 사생활이 당신 피드에 뜨게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에스엔에스 매너를 어른들에게 알아달라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라, 오죽하면 ‘상사들이 페친 신청 좀 안 했으면 좋겠다’는 아우성이 나올까. 블로그스피어가 내게 감동적이었던 건 나이와 상관없이 이루어지는 상대에 대한 존중과 타인의 인사이트에 대한 격 없는 감탄이 있었고, 이로 인한 협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변하는 소통 구조에서는 기존의 위계로만은 풀리지 않는 것이 많다. 여전히 기술이 바꾸는 사회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는 것이다.
김류미 <은근 리얼 버라이어티 강남소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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