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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1.29 18:41 수정 : 2015.11.29 18:41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얼굴이 포함된 사진을 올리면 얼굴 영역이 자동으로 인식되어 ‘태깅’이 되는 경우를 이제는 흔히 볼 수 있다. 이미지 처리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계가 사람 얼굴을 구별해내는 시대가 된 것이다. 기계가 판독하기 애매한 경우에 한해 서비스 이용자가 대신 골라주기도 하는데 이러한 반복학습은 얼굴인식기술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여기에 슈퍼컴퓨터의 계산능력에 가까워진 클라우드컴퓨팅 기술을 덧붙이면 저비용으로도 수백만 장의 사진에서 특정인을 빠르게 추려내는 것 또한 어렵지 않은 일이 된다.

사회관계망서비스의 얼굴인식기술 덕분에 사용자들은 사진을 더욱 쉽게 지인들에게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서비스 운영업체 입장에선 사진의 등장인물이 누구와 자주 만나는지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실제로 자주 만나는 지인이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눈에 보이기로는 그저 사진일 뿐이지만, 그것을 데이터로 다루어 다른 데이터와 엮는 순간 쉽사리 얻을 수 없는 고급 인적 정보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물론 이들 데이터를 정보통신기업만 거머쥐는 것은 아니다.

복면시위를 금지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역정을 냈다. 집권여당은 신속하게 관련 입법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복면을 쓴 이들이 폭력시위를 벌였다는 게 ‘복면시위금지법’의 취지라지만, 실은 효과적으로 집회 참가자들의 신원을 파악할 수 있도록 얼굴을 공개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복면시위금지법의 바탕에는 채증카메라가 있다. 집회 현장에서 채증카메라에 찍히는 순간 자신의 신원이 파악되어 집시법 위반, 도로교통법 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조사하겠다는 출석요구서가 날아오게 된다. 4년 전 경찰은 얼굴인식기술을 채증 분석에 활용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경찰은 2008년부터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양해협정을 맺고 안면인식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시인하기도 했다. 7년이 지난 지금 경찰이 이들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는 경찰도 채증 분석에 얼굴인식기술을 활용하게 될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경찰은 이달부터 전국에 설치된 경찰 폐회로텔레비전(CCTV) 5천여개를 통합 관리하는 ‘이글아이’ 체계를 본격 운용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차량만 판독하겠다고 경찰은 주장했지만 작년 세월호 집회 때 교통용 시시티브이의 방향을 돌려 집회 참가자들을 채증하다 들통나기도 했다. 이런 전례에 비추어보자면 경찰이 앞으로 무엇을 분석할 수 있게 될지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채증카메라의 존재는 ‘불허’한 집회에 참여한 모든 이들을 스캔해 잡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괜히 집회에 나왔다가 자동으로 스캔되어 인생 망치지 않도록 얌전히 있으라는 엄포이다. 테크노크라시는 이미 우리 앞에 나타난 지 오래이다. 이러한 감시기술에 저항하는 복면을 불법으로 만들면 채증카메라의 존재가치는 극대화된다. 인터넷 실명제도 위헌 판결이 난 마당에 집회 참가 실명제가 느닷없이 등장한 셈이다.

이준행 뉴스고로케 개발자
기술은 그 자체만으로는 중립적이다. 하지만 그 기술을 누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술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게 된다. 기술의 진화를 막을 수는 없다. 다만, 그 기술을 정확히 이해하고 기술을 거머쥐게 될 이들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일 것이다.

이준행 뉴스고로케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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