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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2.20 19:14 수정 : 2015.12.20 19:14

혜리가 돌아왔다. 모 알바중개업체 광고를 통해 ‘이런 시급’ 최저임금 문제를 제기한 혜리가 이번에는 ‘뭉쳐야 갑’이라며 알바당을 창당했다. 새로운 광고에서 혜리와 알바노동자들은 거리를 행진하고, 사업장으로 몰려가 진상손님과 악덕 사업주를 혼낸다. 아무래도 걱정된다. 단체로 사업장에 몰려가다니, 범죄가 아닐까.

실제 그런 일이 있었다. 혜리의 알바당 현실판이라 할 수 있는 ‘알바노조’ 이야기다. 올해 초 알바노조 조합원들은 맥도날드 영업점에 몰려가 ‘갑질을 멈춰라’ 항의하다가 경찰에 잡혀갔다. 8명이 연행되고 이 중 한 명에게는 구속영장까지 청구됐다.

아무래도 혜리는 조심해야겠다. 그러면 대체 혜리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아잉”밖에 없는 건가. 그걸로 어떻게 사장님에게 맞설 수 있을까. “이런 시급” 광고 했다고 불매운동을 하는 사장님들이다. 이들은 영세사업자이기라도 하지. 자산이 조 단위를 넘고, 한때 국회의원을 하고, 한대에 100만원 맷값을 지불하는 고용주들도 있다. 고작 “아잉”으로 뭘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있는 것이 노동3권, 그중에서도 단체행동권이다. 법은 노동자가 단체행동인 쟁의행위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쟁의행위란 업무의 정상적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다. 정상 운영을 막기 위해 노동자는 파업, 점거 등 물리적 행위를 할 수 있다.

그런 무서운 것을 헌법은 보장한다. 법이 노동자의 쟁의권을 보장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돈과 권력은 물론 고용마저 쥔 사장님에 비해 노동자 개별은 너무도 작기 때문이다. 단체로 뭉쳐 회사 이익을 위협하는 카드라도 들고 있어야 사장님과 대등한 지위에 설 수 있다.

그런데 왜 맥도날드로 간 알바들은 처벌받았을까? 단체행동권이 노동자에게 있는데도 말이다. 이들은 업무방해죄를 지었다. 법은 업무방해 시 5년 이하 징역,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상하다. 쟁의행위란 사용자의 업무를 방해하는 것이라 했는데, 업무를 방해하면 벌을 받는다.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해결은 간단하다. 오이시디(OECD) 국가들은 노동자의 쟁의행위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70년대 후반 독일은 파업할 권리는 소유권보다 높은 가치를 지닌다고 천명했다. 비슷한 시기 프랑스는 폭력을 수반한 쟁의행위의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조차 폐지했다. 그 처벌조항마저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려는 행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아, 오이시디 가입국 중 쟁의행위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있긴 하다. 예상했다시피, 한국이다. 한국은 쟁의행위의 합법 기준이 엄격한 나라다. 평화적, 예고된, 정치적 목적이 없는, 인사권을 침해하지 않는 쟁의만을 인정한다. 거기에 숱한 절차를 거쳐야 합법이 된다. 알바노동자 경우, 가게마다 한두명 있는 것이 고작인 이들을 모아 숱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래야 합법이다. 꽤 오랫동안 알바의 단체행동은 불법, 아니 범죄일 것이다.

희정 기록노동자
우리는 범죄가 만연한 사회에 살고 있다. 파업을 한 노동자들은 범죄자가 된다. 시민영역도 안전하지 못하다. 민중총궐기라는 대규모 집회를 주최한 이들은 소요죄를 적용받아 처벌될 위기에 놓였다. 신고제인 집회는 허가받지 못해 불법이 됐다. 정부는 지금 범죄와의 전쟁 중이다. 행동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당한 우리는 범죄자가 되어 간다.

희정 기록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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