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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6.18 18:29 수정 : 2017.06.18 22:25

홍승희
예술가

한 가수가 대마초를 흡입했다고 시끄럽다. 대마초는 국가가 불법으로 정한 풀때기다. 옛날 옛적부터 한반도에서 옷과 한약으로 친근하게 쓰였고 가난한 민초들은 비싼 담뱃잎 대신 대마잎을 말아 피우기도 했다. 풀잎은 박정희 정권에서 불법이 되었다. 불법과 합법의 경계는 국가가 정한다. 술과 담배는 국가가 허락한 마약이라서, 마음을 진정시킬 때 나는 담배의 도움을 받는다.

1년 전 인도에 갔을 때 거리를 걸어다니며 명상하고 수행하는 사두들을 만났다. 그들은 담배나 술보다 중독성이 약하고 환각작용이 없는 대마초를 피우면서, 모든 이들이 우주의 중심이고 만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더 취하는 게 아니라, 차분하게 깨어 있으려고 대마초를 피우는 것이다. 누더기 옷을 몸에 걸치고 맨발로 걸어다닌다. 지금의 공간에서 모든 것과 감각으로 만나기 위해서다. 그들은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 국가라는 종교도 안 믿는다. 이들은 국가의 질서를 위협한다. 대마초를 피워서가 아니라, 무소의 뿔처럼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들의 존재 자체가 (망치 마)약이다.

인도에서도 대마초는 불법이지만 캐나다, 네덜란드, 미국 몇개 주 등 대마초를 허락한 나라도 많다. 세계적으로 대마초를 비범죄화, 합법화하기 위한 토론이 활발하다. 국내에서는 몇 해 전 유명 영화배우, 감독 등이 ‘대마 합법화 및 문화적 권리 확대를 위한 문화예술인 모임’을 만들고 위헌 소송을 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얼떨결에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나는 대마초가 합법인 나라에서 대마초를 피워도 불법이 된다. 대마초 합법화를 위한 잡지 <하이타임스>를 발행한 마이클 존 케네디는 대마초 재배법을 세계에 알려서 국가권력의 금지를 금지하려고 했다. 그에게 대마초는 부당한 권력에 짓밟힌 생명의 상징이었다.

불법인지 합법인지 정하는 건 여론의 얼굴을 한 지배 문화와 가치관이다. 국가는 불법을 필요로 한다. 비정상을 만들어야 정상의 범주에 있는 사람들이 뭉치고, 지배세력이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 때문에 불법은 계속 창작된다. 이 나라에서 낙태수술을 한 여성의 몸은 불법이다. 1년 전 낙태수술을 한 내 몸도 불법이다. 얼마 전 나는 또다시 불법이 되었다. 2년 전 그라피티 천지인 홍대 공사장 가벽에 대통령 같지 않은 대통령을 풍자하는 그림을 그렸다는 이유다. 국가 같지 않은 국가를 풍자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려고 세월호 추모집회 때 도로에 나가 퍼포먼스를 했다는 이유로 일반교통방해죄도 추가됐다. 피해자가 신고한 적도 없는데 법정에 섰고 2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부당한 국가폭력을 그만두라고 퍼포먼스 하고 그림 몇 개 그렸을 뿐인데 죄인이 됐다.

국가는 정해진 역할극을 고분고분 따르지 않는 사람을 괴물로 만들고, 법은 손쉽게 괴물을 불법화한다. 괴물이 된 사람들은 언제나 있어왔다. 전 정권에서는 종북 빨갱이, 지금도 여전히 동성애가 그렇다. 동성끼리의 결혼을 금지하는 것도 모자랐는지 이제는 국가가 개인과 개인이 사적인 공간에서 합의해서 한 섹스도 처벌한다. 군인인 동성끼리 했다는 이유다.

24일 토요일, 대구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린다. 반가운 자유의 공간에서 야생초 같은 사람들과 한바탕 놀 상상에 설렌다. 변태와 괴물과 풀잎은 ‘청정국가’에게 과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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