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노동자 ‘네들만 집에 가냐 나도 집에 가고 싶다!’ 하얀 A4용지 위에 매니저의 분노와 한탄이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져 있었다. 지난 설에, 내가 근무하는 맥도날드 매장 직원 휴게실에 놓인 공지 아닌 공지다. 명절에 근무를 신청하는 사람이 적어서 벌어진 일인데, 이 경우 매니저들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믿기 어렵겠지만 명절에 맥도날드는 무척 바쁘다. 오랜만에 본 손주들이 좋아할 음식을 먹이고 싶은 할아버지 할머니, 명절 스트레스를 피하고 싶은 비혼 1인 가구와 백수, 집이 너무 먼 이주노동자,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고 일하는 노동자들이 연휴 기간 유일하게 열려 있는 음식점인 패스트푸드점이나 편의점을 찾기 때문이다. 명절이라고 보너스를 받거나, 휴일근로로 간주되어 시급을 1.5배 받는 일은 잘 없다. 근로기준법상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휴일은 5월1일 노동자의 날뿐이다. 흔히 착각하는 빨간 날은 공휴일로, 그 이름답게 공무원들만 쉴 수 있고, 취업규칙 등에서 이를 준용하는 대기업과 일부 기업의 노동자에게만 휴일이다. 남들 다 쉴 때 일해도 돌아오는 보상은 적으니 굳이 출근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회사가 저렴하게 사람을 부리니 엉뚱하게도 매니저와 알바가 아웅다웅하며 싸운다. 사실, 우리가 배운 경제학 교과서에는 일하려는 사람이 적고 일 시키고 싶은 사람이 많으면 임금이 올라야 한다고 나와 있다. 그 반대라면 임금이 떨어진다. 그래서 흔히 알바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니 임금을 최저로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법칙은 노동자가 언제든지 사표를 쓸 수 있을 때만 성립한다. 노동자들은 상사의 요구를 쉽게 거절할 수 없기도 하지만, 임금소득이 없으면 생존을 위협받기 때문에 일을 그만둘 수 없다. 현대 경제학의 창시자인 애덤 스미스도 <국부론>에서 이를 지적했다. 그래서 노동시장은 노동력의 수요자인 사장님이 큰 권력을 가진 수요독점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재밌는 것은 노동시장이 자유시장이라는 믿음이 있다면, ‘알바추노’(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잠적을 뜻하는 은어)라고 불리는 현상을 비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수요와 공급 그래프에 따라 너무 낮은 임금 때문에 노동 공급을 거부하는 개인의 합리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법은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이라면 노동자가 당장 그만둘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물론, 저임금에 노동법도 지키지 않는 일터라도 자신의 노동력을 팔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 긴 취업 준비 기간을 견딜 수 없는 사람, 나이가 들어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 없는 사람, 경력이 단절된 여성, 이주노동자 등이다. 이런 계층이 많으면 많을수록 기업은 싼값에 사람을 부릴 수 있다. 이것은 자유경쟁이 만들어낸 자유로운 노동이 아니라 빈곤이 만들어낸 강제적 노동이다. 이것을 막기 위해 최저임금제도도 있고, 노동조합도 있는 것이다. 최근 맥도날드 조주연 사장은 크루들에게 지난여름 고생했다며 해피밀 박스에 작은 컵라면과 사탕 등의 간식을 담아주었다. 컵라면 국물을 들이켜면서 우리가 흘린 땀의 대가가 너무 싸다고 느꼈다. 한가위는 열심히 농사를 지어서 수확한 오곡백과를 서로 나누고 즐기는 데서 유래했다. 우리 사회가 정말로 명절의 의미를 되새긴다면 연휴에도 일하는 모든 노동자에게 1.5배의 휴일근로수당과 보너스가 지급되어야 하지 않을까.
칼럼 |
[2030 잠금해제] 알바의 명절 / 박정훈 |
알바 노동자 ‘네들만 집에 가냐 나도 집에 가고 싶다!’ 하얀 A4용지 위에 매니저의 분노와 한탄이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져 있었다. 지난 설에, 내가 근무하는 맥도날드 매장 직원 휴게실에 놓인 공지 아닌 공지다. 명절에 근무를 신청하는 사람이 적어서 벌어진 일인데, 이 경우 매니저들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믿기 어렵겠지만 명절에 맥도날드는 무척 바쁘다. 오랜만에 본 손주들이 좋아할 음식을 먹이고 싶은 할아버지 할머니, 명절 스트레스를 피하고 싶은 비혼 1인 가구와 백수, 집이 너무 먼 이주노동자,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고 일하는 노동자들이 연휴 기간 유일하게 열려 있는 음식점인 패스트푸드점이나 편의점을 찾기 때문이다. 명절이라고 보너스를 받거나, 휴일근로로 간주되어 시급을 1.5배 받는 일은 잘 없다. 근로기준법상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휴일은 5월1일 노동자의 날뿐이다. 흔히 착각하는 빨간 날은 공휴일로, 그 이름답게 공무원들만 쉴 수 있고, 취업규칙 등에서 이를 준용하는 대기업과 일부 기업의 노동자에게만 휴일이다. 남들 다 쉴 때 일해도 돌아오는 보상은 적으니 굳이 출근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회사가 저렴하게 사람을 부리니 엉뚱하게도 매니저와 알바가 아웅다웅하며 싸운다. 사실, 우리가 배운 경제학 교과서에는 일하려는 사람이 적고 일 시키고 싶은 사람이 많으면 임금이 올라야 한다고 나와 있다. 그 반대라면 임금이 떨어진다. 그래서 흔히 알바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니 임금을 최저로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법칙은 노동자가 언제든지 사표를 쓸 수 있을 때만 성립한다. 노동자들은 상사의 요구를 쉽게 거절할 수 없기도 하지만, 임금소득이 없으면 생존을 위협받기 때문에 일을 그만둘 수 없다. 현대 경제학의 창시자인 애덤 스미스도 <국부론>에서 이를 지적했다. 그래서 노동시장은 노동력의 수요자인 사장님이 큰 권력을 가진 수요독점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재밌는 것은 노동시장이 자유시장이라는 믿음이 있다면, ‘알바추노’(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잠적을 뜻하는 은어)라고 불리는 현상을 비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수요와 공급 그래프에 따라 너무 낮은 임금 때문에 노동 공급을 거부하는 개인의 합리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법은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이라면 노동자가 당장 그만둘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물론, 저임금에 노동법도 지키지 않는 일터라도 자신의 노동력을 팔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 긴 취업 준비 기간을 견딜 수 없는 사람, 나이가 들어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 없는 사람, 경력이 단절된 여성, 이주노동자 등이다. 이런 계층이 많으면 많을수록 기업은 싼값에 사람을 부릴 수 있다. 이것은 자유경쟁이 만들어낸 자유로운 노동이 아니라 빈곤이 만들어낸 강제적 노동이다. 이것을 막기 위해 최저임금제도도 있고, 노동조합도 있는 것이다. 최근 맥도날드 조주연 사장은 크루들에게 지난여름 고생했다며 해피밀 박스에 작은 컵라면과 사탕 등의 간식을 담아주었다. 컵라면 국물을 들이켜면서 우리가 흘린 땀의 대가가 너무 싸다고 느꼈다. 한가위는 열심히 농사를 지어서 수확한 오곡백과를 서로 나누고 즐기는 데서 유래했다. 우리 사회가 정말로 명절의 의미를 되새긴다면 연휴에도 일하는 모든 노동자에게 1.5배의 휴일근로수당과 보너스가 지급되어야 하지 않을까.
기사공유하기